"너무 힘들다" 40대, 장애아ㆍ노모 함께 '극단 선택'...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가족에게 책임 떠넘기는 부양의무제 폐기해야"
"너무 힘들다" 40대, 장애아ㆍ노모 함께 '극단 선택'...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가족에게 책임 떠넘기는 부양의무제 폐기해야"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11.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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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장애가 있던 아들과 노모를 모시고 살던 40대 가장이 코로나19로 사업까지 실패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전남 담양경찰서는 15일 오전 7시8분쯤 담양군 소재 업체 주차장에서 일가족 3명이 숨져있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결과 주차장 인근에서 40대 가장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A씨의 어머니 B씨(80)와 아들 C군(13)은 주차장 내 차량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인천에서 거주하던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인사업이 부도가 났으며, 1년 전 친형이 사망하면서 장남 역할까지 떠맡게 되며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형이 죽은데다 나도 우울증을 겪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으며, 동생에게도 ‘코로나19로 운영하던 학원사업이 실패해 힘들다’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지난 13일 인천에서 어머니가 거주하는 광주 북구의 자택에 들렀다 형이 운영하던 담양 소재 업체 인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부터 11월 현재까지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족의 다양한 비극적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 벌써 10번째다. 이번 사건은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원(부양)해야 하는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어머니까지 살해해 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며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지원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 복지체계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사람들은 부양의무제라고 하면 소득보장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만 생각하지만 발달장애자녀를 둔 가정에서 연이어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의 문제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한두 가지 정책 또는 서비스를 베풀어주듯 발표를 하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봉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부모연대는 “더 이상 가족에 대한 지원의 무게로 인해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더 이상 가족이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지원의 책임이 전가되지 않을 때 가족에 의한 가족의 살해라는 비극적인 사건은 멈추게 될 것.”이라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을 조장하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가족에 의한 가족의 지원(돌봄/부양)이 아니라 국가가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에 대한 지원의 책무를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정부가 정부로서 책무를 다할 때까지 전 국민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