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과 함께. 오늘을 살아내다
피해자들과 함께. 오늘을 살아내다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1.11.16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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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인 가족들과 담양으로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조금 걱정했었는데, 눈이 부시도록 햇살이 좋았습니다. 피해 가족들이 단체로 시간을 내어 다른 장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자주 있지 않아서, 좋은 날씨가 고마웠습니다. 이런 날이면, 7년전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된 아이들이 엄마, 아빠들 곁을 지켜주나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요원해진 세월호 참사의 현실을 알리고,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전쟁 같은 한해를 일곱 번째 지나쳐 오는 중입니다. 일년에 한번, 다음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가 바로 피해가족들의 워크숍입니다.

“목표는 명확하지만, 가는 길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헤매는 중입니다.”로 시작해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를 나지막이 읊조리는 대사와 호흡으로 가득찬 세월호 엄마들이 참여하는 노란리본극단의 연극을 함께 보았습니다.

 

같은 피해가족 앞에 그 아픈 이야기를 연기하는 건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엄마들은 그 어려운 걸 또 해냈습니다. 저도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릅니다. 함께 해온 지난 시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들었기 때문입니다. (노란리본극단의 연극은 전국 시민들에게 엄마, 아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제작, 극을 올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4.16재단으로 문의하시면 지역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7월,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단식을 하던 뜨거운 광화문에서, <안산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 동료들과 함께 부모들 곁에 앉고 섰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할까?’, ‘과연 그 큰 슬픔을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매일 던지던 때였습니다.

또렷이 기억이 나는 건, 안산에서도 보고, 광화문에서 봐도 우리가 누군지, 봤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할 만큼 큰 슬픔의 무게에 멍한 표정을 짓던 부모들이, ‘아이가 누구인지?’묻자 얼굴에 해사한 빛이 돌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던 모습입니다. 핸드폰 속에 사진으로 남은 그 아이의 어린 시절 혹은 최근의 어여쁜 얼굴을 보여주며, 쉼없이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그 아이의 이름을 물어도 될까를 수없이 고민하다 입을 떼었는데, ‘그 아이가 잊혀지지는 않을까’ 혹은 ‘세상의 수 없는 실없고, 가시 돋힌 말 속에 묻혀지지 않을까’ 더 두려워하셨던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도 2학년 0반, 000의 엄마 이자 아빠로 소개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그림처럼 누군가가 요청하지 않아도 곁에 앉아 요청하는 것을 함께 하는 “함께 맞는 비”의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었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우리함께에서 4·16재단으로 소속이 바뀐 7년간 그 중요한 원칙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은 그들이 관여할 수 없는 변수로 온 우주 나 다름없는 아이를 잃거나 가족을 잃은 경험을 한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 추모하고, 추모공간을 건립하는 일, 피해자들의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 일 등 모든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들은 기획하는 시기부터 참여하고, 마무리 짓는 순간까지 함께 합니다.

어떤 결정도 사업 담당자의 책상에서 기획하지 않고, 발로 뛰고, 귀를 열어 피해자들의 참여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런 연유로 출장도 잦고, 때론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종종 회의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참여가 배제되어, 사업 담당자들이 알아서 하는 일은 한 가지도 없습니다. 지역사회복지현장을 포함한 복지현장에서 듣고 실천했던 임파워먼트. 그보다 밀도는 높았고, 참여자들의 책임감도 무거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더 귀하게 생각합니다. 안전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서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재난 현장에서 만나는 재난은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해서,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재난 참사의 원인이 과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밝혀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상 참사는 20년 주기로 발생했고, 그 원인도 그저 <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그 한단어로 설명할수 있는 일일까요? 답답한 마음이 드는 부모는 전문가 이상으로 공부를 합니다. 어떤 부모는 회의내용을 잘못 이해 했을까 싶어 녹음을 하고 집에 와서 매일 새벽 내내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는 모든 자료를 살펴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모이고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떠나야 했던 이유를 알아야 떳떳하게 아이들 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매일 종종 걸음을 걷는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왜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 그 답을 알아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살기 떄문입니다. 매 순간 최선이고, 그럼에도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피해자들과 오늘 하루를 또 살아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당사자들과 함께 하루를 지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