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형제자매 모여서 뭐하니?
비장애형제자매 모여서 뭐하니?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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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사회복지사(발달장애인 형제의 가족)
이상훈 작가
(발달장애인 형제의 가족)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성인기 비장애형제자매 자조모임의 이야기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장애형제자매와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요.”, “부모님은 모든 걸 준비해놨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너의 인생을 살라(혹은 우리가 죽고나면 동생을 잘 보살펴달라)고 말하지만 어떤 준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요.”

자조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개별적으로 첫 만남을 가졌을 때 모든 비장애형제자매가 부모님 사후 장애형제자매와 남겨질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일차적인 욕구도 분명히 있었지만, 준비되지 않았기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를 하고 싶다는 근본적인 궁금증이 우리를 모임으로 이끌었다.

장애형제자매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과정에 앞서 미래에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싶은지 질문했다.

모임원들이 생각하는 삶의 형태는 다양했다. ‘비혼으로 같은 공간에 거주’, ‘결혼 후 장애형제자매를 이해해주는 배우자를 만나 함께 거주/인근에 거주’, ‘인근에 거주하며 주기적으로 방문’, ‘시설 등에 형제자매를 맡기고 주기적으로 방문’ 등의 의견이 있었다. 살아온 환경이 달랐기에 서로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장애형제자매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마음만은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첫걸음은 우리보다 먼저 이 시기를 거쳐온 선배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제자매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선배 비장애형제자매들을 만나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감사하게도 장애형제자매와 단둘이 거주하는 분의 집에 초대받아 잠시나마 그 모습을 엿볼 기회도 있었다. 나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거친 이의 발자취를 어깨너머로나마 볼 수 있는 경험은 참으로 귀한 시간이 되었다.

또 하나의 발걸음은 공적인 복지 서비스 안에서의 탐색이었다. 단기거주시설, 그룹홈, 자립생활주택, 지역사회 공동체 등의 공적인 서비스 안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공간들을 방문했다. 그 이외에도 법률, 재정,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준비과정을 가졌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선택지를 알 수 있었지만 막연했던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나 완벽한 해답이 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완결되지 않은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큰 위안이 된다.

우리는 여전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단 한 가지 달라진 것은 그 어둠을 함께 걸을 이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답을 찾으려 시작했던 여정의 끝에는 답이 아닌 그 길을 함께 걸어준 사람이 남았다. 어쩌면 모임을 통해 무언가 거창한 것을 이뤄내는 것보다도 같은 시간을 영위한 이들과의 연대가 내일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