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시점(時點)과 상황
‘말’의 시점(時點)과 상황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12.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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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잘 한 일은 잘 했다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요지의 내용인데,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치적 민감성이 털끝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시기에 그런 말을 해서 쓸데없는 논란의 중심으로 대통령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을 텐데,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대통령을 옹호하지 않아도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변함이 없다. ‘대깨문’이 아니어도 대통령의 충정에 대한 믿음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은 대통령의 수고와 헌신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임종석 씨가 나서서 몇 마디 거든다고 마음을 바꿀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역사의 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탄핵까지 거론한 바 있다. 대통령을 부를 때도 육두문자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는 퇴임 후에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치적은 치적대로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호소한다 해서 마음이 갑자기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 이는 임종석 씨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웃음꺼리로 만든 발언이라고 빈정대기까지 한다.

말을 할 때는 시점과 상황을 가려서 해야 한다.

발언이 미칠 실질적인 효과를 가늠한 후에 말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작은 조직을 이끄는 사람도 말을 할 때는 앞뒤 사정을 살핀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이런 정황을 모를 리 없는 사람이 뜬금없는 시점에 대통령을 옹호한답시고 내뱉은 말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짐이 되거나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어찌 몰랐을까? 그의 주장이 오히려 측은하게 들리는 이유다.

오래 전에 읽은 책에서 ‘말의 힘’이라는 대목을 본 적이 있다. 설득력을 품은 말이 있고 하나마나한 말이 있다는 것인데, 임종석 씨의 말은 어느 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임종석 씨의 안타까운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문 대통령의 업적마저 애써 외면하려는 일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바로 잡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것처럼 말을 할 때는 전후사정을 살피는 지혜가 선행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도 상황에 따라서는 욕이 될 때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고와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라도 마음을 바꿀 의향이 없는 사람들이다. 징징댄다고 해서 입장을 바꿀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임종석 씨의 발언을 듣고 꼭 칭얼대는 어린애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