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스스로 당당할때 위상 더 높아져
사회복지사 스스로 당당할때 위상 더 높아져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06.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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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2019 인천사회복지컨퍼런스 개최

건강한 사회복지 현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과 감수성을 길러야 할까.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는 지난 27일 인천 송도 컨펜시아에서 '2019 인천복지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성종

‘건강한 사회복지현장,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과 감수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인권, 부당한 구조와 생존 사이: 사회복지 현장의 인권(국제사이버대 김수정 교수) 정의,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 세상에서, 나 스스로 좋아지는 방법(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이사) 노동,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 조직, 리더와 팔로워의 합창(목동종합사회복지관 유영덕 관장) 등 4파트로 나눠 강연과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인천사회복지사협회 이배영 회장은 “사회복지 현장이 멋진 곳이 되려면 책임과 의무 다하고, 자정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오늘 네 가지 핵심테마인 인권과 노동, 정의, 맑고 투명한 조직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복지사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인천의 복지 문화를 맑고 투명한 복지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의 인권보장, 이용인 아닌 시설장이 해야

@이성종
@이성종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수정 교수는 “법과 사회행동을 연구하다보니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가 근본이 되는 게 인권이라는 것을 알게됐다."며 "인권을 공부하고, 최근에는 사회복지 내부 공익제보자 연구를 하고, 시설비리와 횡령 등과 관련한 재판 판결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인권 강의를 하다보면 ‘이용자의 인권이 먼저인가, 사회복지사의 인권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이 항상 나오는데 잘못된 질문.”이라며 “사회복지사와 일반시민, 이용자의 관계에 있어서의 책무자는 나다. 반면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권보장은 시설장이 해야 한다. 또 법인과 관련한 모든 시민들의 인권보장 책무는 국가가 해야한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맨 마지막에 일어나고 있는 것만 보니 자꾸 이용자와의 어떤 권리 충돌을 이야기 하는데 그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폭력행위라든지 부당한 행위는 못하게 하는게 맞고, 다만 내가 누군가를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혹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이용자가 부당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건 아닌가,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며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인권이 충돌한다고 느끼고 ,누군가 차별받은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구조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인권 침해의 가해자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인권이야기를 할때는 단순히 사회복지사의 개인적인 감수성과 역량만 갖고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내가 아무리 좋아도 일하고 있는 시설이나 법인, 지자체가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이 없으면 바뀔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생존이 보장되면서 동시에 우리를 막고있는 인권침해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건 연대.”라며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라. 원래 그랬던 것은 절대 없다. 원래 그랬던 것으로 인해서 누가 지금 힘을 얻고 있고 차별받고 있는지 이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를 시작으로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들과 힘을 합쳐서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복지현장의 인권을 보장하는 시작이고 방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현장, 스스로 좋아지지 않아...개인의 노력과 집단의 연대 필요해

@이성종
@이성종

두번째 연사로 나선 방대욱 대표는 “정의란 무엇일까 아직까지 정의할 수 없다.”며 “이 자리에서는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의 정의, 정의로운 일터와 사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에릭 홉스봄이 쓴 ‘미완의 시대’의 말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예로 들며 “에릭 홉스봄은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말자. 사회의 불의는 여전히 규탄하고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했다.”며 “사회복지 현장이든 인천이든 절대로 스스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집단과 연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인의 원인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방 대표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그 원인의 핵심에는 뭐가 있는지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면 쉽게 판단하지 않을뿐더러 대중적인 요법보다 확실히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데 그것이 ‘원인의 원인’.”이라며 “여러분의 현장이 정의롭지 못한 것, 이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원인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흔히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아픔의 길이 되려면’의 저자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원인을 단순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며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회에 묻히게 된다. 그건 그 사람이 원인일까, 환경이 원인일까. 이 원인의 원인을 찾아가는 것, 사회 역학적인 관점을 갖는것이 정의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름은 차별과 배제의 원인이 아니라 창조와 창의의 원천이다.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는 사회는 절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을 충만한 사회복지 현장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마크 트웨인은 ‘손에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것이 못대가리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복지 현장이 망치 하나만 들고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연장통을 들고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다면 정의로운 복지사회를 만들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

@이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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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연사로 나온 하종강 교수는 “근로라는 단어는 삼국사기, 그러니까 중세 농셩사회의 노비, 노예, 머슴을 표현했고, 산업사회의 피고용자 직장인, 즉 임금 생활자가 나온 뒤에는 다 노동자라고 표기를 하는데 한국처럼 노동이라는 단어를 혐오하는 사회를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영국은 교장, 경찰도 노조가 있고, 대부분의 나라에 소방관 노조가 있으며, 판사 노조도 있다. 높은 학력과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노동조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한국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라고 우리 사회를 꼬집었다.

이어 “미국도 일본도 학교에서부터 철저하게 가르치는 노동과 관련한 교육을 유독 한국에선 전혀 하지 않는다.”라며 “왜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살벌한 권리를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을까, 다시말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노동자의 이익추구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걸 우리나라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노동 문제는 구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며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모든 사회문제를 풀 수 있다. 여러분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행복한 사회복지사로 당당히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노동자, 지역이 원하는 일을 해야

@이성종
@이성종

마지막 강사로 나선 목동종합사회복지관 유영덕 관장은 “건강한 조직이 안되면 인권을 보장할 수 없고, 개인이 아무리 정의로운 생각을 하더라도 조직에서 그 바탕이 안돼있으면 실현하기가 어렵다. 이는 노동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조직이 건강해야 우리의 서비스도 건강해질 수 있고, 개인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반증이 아마 조직이 제일 먼저 마감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족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배웠으나, 지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변화를 실현하고, 거시적으로는 국가의 변화를 이끌어야 사회복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사회복지 노동자가 해야할 일은 평가를 잘 받는게 아니라 정말 지역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