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앞둔 몇 가지 생각
정년퇴임을 앞둔 몇 가지 생각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12.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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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종합사회복지관 최주환 관장 @김태웅
월평종합사회복지관 최주환 관장 @김태웅

사회복지관의 관장으로 이쪽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쭉 관장 노릇을 하다가 정년을 맞았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은총이며 축복이고, 동료들과 선후배들의 보살핌 덕분이다.

처음 이쪽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의 다부진 결심과 현실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이 생각난다. 사회복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한 상태였지만, 험난한 파도들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선하신 이끄심’ 때문이다. 또 여기에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천사의 손길처럼 다가 온 ‘크고 작은 기적’들이 지친 발걸음을 벌떡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기도해 주신 분들, 손 잡아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사실, 나는 사회복지를 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흠도 많고, 성질도 차분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조직을 관리해 본 경험이 없었기에 직원들을 챙기는 일에도 어리숙했다. 대인관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직진성향이어서 불편함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뜬금없는 기회에 에니어그램을 접했다. 그 후로 조금씩 달라지려고 언간이 노력했다. 부족함을 메워보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 성향이 어디 가겠는가? 퇴임을 앞 둔 이 시점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족한 사람을 마음으로 품어 준 ‘월평’의 직원들과 주민들이 참으로 고맙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회장을 맡았던 6년은 특별한 경험이다. 지방의 신출내기 관장이 회장에 나선 것 자체가 뜨악한 일이었는데도 전국의 관장님들이 앞장서서 응원해 주었다. 회장에 당선된 후에는 ‘1년에 한 건씩은 바꾼다’는 원칙을 정하고, 최선을 다해 달렸다. 계획한 일은 대부분 성취했다. 관장님들의 전폭적인 협조와 사무처의 지혜로운 대응이 결정적인 동력이었다.

사회복지관 운영에 위협이 되는 돌발변수들을 차단한 일이나 정치적인 위상을 높인 일은 뿌듯한 기억이다. 이 시기에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를 만들어서 사회복지계가 연대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 것도 감사한 기억이다.

그러고 보니, 몇 가지 역할을 원만하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덕분이다. 흠결을 탓하기보다는 가능성을 크게 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분들이 참 많았다. 부족한 부분마저도 더 나은 해법의 시작으로 연결시켜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을 기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서 능력 밖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정년에 이르기까지 무던히도 참아준 가족들에게는 미안함이 앞선다. 편안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바라는 것은, 한국의 사회복지가 ‘바르게’ 발전하는 일이다. 남아 있는 분들이 한 목소리와 실천으로 잘 엮어가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