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12.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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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다 큰 친구가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우물쭈물 ‘썰’을 늘어놓기는 했는데, 생각이 복잡해졌다. 사실, 사랑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출렁이고 마음을 달뜨게 한다. 알싸하고 미묘한 감정이 오르내린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릿한 관계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단어의 애틋한 속성에 충분히 동의할 것이다.

성경(聖經)은 사랑의 여러 차원을 열거한다. 하나님의 인간사랑과 사람들 간의 사랑 그리고 이불 속 사랑까지 죄다 보여준다. 그런데 끝에 가서는 하나님의 인간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결론을 맺는다. 신앙의 영역까지 올라간 숭고한 차원이어서 여기서 논하기는 다소 어렵고 무겁다.

유명 인사들이 들려주는 사랑의 이야기는 난해하다. 선문답(禪問答)보다도 어렵거나 미사여구로 포장된 말들이다. 그 분들의 장광설(長廣舌)은 들을 때만 유효하고 돌아서면 잊게 된다. 이상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랑을 말하기 때문에 감동이 없다. 사랑을 가르치려고 하니, 배배꼬인 말만 많아진다. 사랑은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 가르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이야기가 다 쓸모없는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다. 굳이 그 분들의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사랑에는 달콤한 맛도 있고 가슴 에이는 맛도 함께 있다는 정도다.

사랑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그런 것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선과 악의 경계마저 쉽게 허물어지고 만다. 이 사랑을 사람들은 당황스럽게 체험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놀랍고 충격적인 일들도 많다. 듣는 이의 가슴을 헤집어 놓는 사랑이야기도 있고, 혀끝을 차게 만드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도 있다. 사랑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을 질풍처럼 내달리고 있다. 이런 사랑에 대해서 동서고금의 현자(賢者)들이 다양하게 설명해 놓았지만, 아직도 사랑은 물음의 대상이다. 자신이 독특하게 경험하고 있는 제어불능의 심쿵한 느낌에 대한 딱 떨어지는 대답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갑작스럽게 찾아드는 ‘설렘’이다. 그래서 분석이나 설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랑을 분석하거나 설명하려고 하면 그때부터 말장난이 시작된다. 그래서 ‘평가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사랑에는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고, 대체불가능한 대상이 있다. 도덕이고 나발이고를 들이 밀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랑은 따로 이름 붙일 것도 없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부터 사랑은 개념이 되고, 구질구질한 설명이 필요해진다. 그러니 사랑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축복’이다는 생각만 확실하게 붙잡으면 된다. 단, 결단코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는 점도 아울러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