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속에 자라는 치유의 힘
공동체 속에 자라는 치유의 힘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1.12.21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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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장면은 '바다위에 거꾸러진 배'다.

피해가족들에게는 살인으로 까지 느껴지는 그 장면만 온 국민에게 송출한 덕분에 많은 이들이 이를 기억한다. 하지만 안산에 사는 사람들만 떠올리는 다른 장면들이 있으니 고잔동 올림픽 기념관 앞에 항상 대기해 있던 택시가 그 중 하나다.

우리는 그 택시를 어느 순간부터 '다람쥐 택시'라고 불렀다. 택시기사들은 안산 곳곳의 장례식장으로 아이들을 기억하는 친구들을 데려다 주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고개를 떨구며 들어선 장례식장에는 말갛게 예쁜 친구들의 영정사진이 있었다. 아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친구의 영정사진 앞에 인사하는 법을 배웠고, 벗의 상여를 들었었다. 택시기사들은 그 아이들에게 한푼의 돈을 받지않았다. 아이들이 또 다른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도 그렇게 동행했다. 

올림픽 기념관은 임시분향소였다. 꽤 오랜 시간 자리해 있던 화랑유원지 안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될때까지 높으신 분들 의전에 적합한 장소가 거기라고 했다. 올림픽 기념관에서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단원고등학교가 있었다. 바로 옆에는 고잔초등학교가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줄이 몇겹 늘어설 때나, 시간이 흘러 기다림의 줄이 줄어도 고잔역에서 부터 올림픽 기념관까지 올 때에도 다람쥐 택시가 함께 했다. 

어떤 택시는 아이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부모들이 있는 팽목항까지 함께 동행하기도 했다. 누구도 그 과정을 어렵다 불평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힘들어 한두마디 불평이 있었을수 있지만, 안산의 동네전체가 꽤 오래, 한분기가 넘도록 함께 장례를 치루었다. 많은 사람들이 검은 옷이나 흰 옷을 입었고,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무사귀환을 원하는 촛불을 들었다. 우리는 그 해 오뉴월 밤 바람이 차고 거세었음을 기억한다. 

몇해전부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엄마들이 지역 주민과 유가족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어렵게 밥을 한끼 했고, 떡을 만들어 주민들의 행사 때마다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4.16봉사단을 꾸려 김장을 나누고, 연탄을 날랐다. 엄마, 아빠들이 만든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사 이후 수익금은 동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이 되었다.

 

올해에는 얼마전부터 엄마들이 여기저기 수소문해 다람쥐 택시기사님들을 만나 감사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언론의 오보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진 소문으로 잘못된 이해를 가졌던 기사님들이 2014년 첫 마음을 기억해 냈다. 기사님들은 "오해하고, 잘못알고 있었다.", "힘내시라.", "이렇게 마음을 표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건네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돌아 서로의 진심을 마주했다. 

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꽤 오래전부터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꼭 인사하리라 다짐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밝혀지는 진실은 없고, 세상의 책임은 더 흐려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본인에게 매운말, 아픈말을 던지는 동네주민도 있지만, 내 아이를 기억하고, 본인 일처럼 나서는 동네주민도 있음을 안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때때로 받는 상처입은 마음을 딛고, 주민들 곁으로 걸음을 걷는 중이다. 

동네에는 분명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실은 인간은 그리 괜찮기만 한 영장류가 아닐때도 많다. 그럼에도 누군가 일부러 구조화하지 않아도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낸다. 누군가에게 우연히 받은 친절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사회복지현장이 전하는 공생의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 있다.

안산은 수많은 복지기관 단체가, 혹은 통합사례관리지원센터의 노력이, 10년이 넘도록 노력한 민간위탁의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누가 그 경험을 하게했건, 서로를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생의 힘은 2014년 고잔동을 포함한 지역사회 곳곳에서 마음을 낸 주민들 속에, 혹은 그 마음을 기억하며 아픔을 넘어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피해가족들의 발걸음에서 발견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는 어떤 모습으로 치유의 힘이 자리하고 있을까? 또 그를 위해 당신을 포함한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