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UN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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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형 교수<br>​​​​​​​(나사렛대학교 휴먼재활학부)
우주형 교수
(나사렛대학교 휴먼재활학부)

지금부터 15년전인 2006년 12월 13일에 유엔 제61차 총회는 21세기 최초의 인권조약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역사적인 일을 실행하였다. 그 인권조약은 유엔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마련된 조약이었으며, 사회적 취약계층의 인권보장을 위한 유엔의 8번째 국제인권조약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약칭 CRPD)’이다. 이 협약은 20개국이 비준한 2008년 5월 3일에 국제적 효력을 발생하였고, 2021년 12월 현재 182개국이 비준하여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6월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그 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하여 12월 12일에 외교부가 비준서를 유엔 사무국에 기탁함으로써 기탁 30일 후인 2009년 1월 10일부터 국내에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장애인권리협약을 온전하게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부터 생명보험 가입 관련 규정인 협약 제25조마호를 상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유보하였고, 아울러 부속문건인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를 비준에서 제외하였다. 선택의정서는 진정제도 및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직권조사권 등을 규정한 협약의 이행 담보를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문건이다. 이에 대해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이 유보조항 없이 비준되어야 하고, 선택의정서 가입·비준도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우리나라에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나 최근에 만시지탄이지만 희소식이 들려온다. 금년 6월에 김예지 국회의원(피아니스트 출신인 시각장애인당사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여야 의원 74명의 동의를 받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하여 만장일치로 통과됨으로써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이후 정부는 국회 결의안에 따른 선택의정서 가입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중이며 심사가 끝나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다시 국회에 비준 요청을 하게 되면, 국회의 비준 의결 과정만 남게 되어 빠르면 12월이나 내년 1월 첫 국회가 열릴 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법무부는 선택의정서 비준과 함께 생명보험 유보조항도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함으로써 유보없는 완전한 협약 시행에 13년이 걸렸다.

협약이 국내에서 발효한 2009년 1월 10일 이후 그동안 우리나라는 최초 2년내에 해당하는 2011년 첫 정부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2014년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았으며, 2019년엔 제2차〜3차 병합보고서를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최초보고서에 대한 심사에서 위원회는 총 66개항으로 구성된 최종 견해를 밝혔으나, 각 조항별 우려사항과 권고들이 수두룩한 ‘낙제수준’의 평가였다(에이블뉴스, 2014-10-06 기사 참조). 이 최초 심사에서 선택의정서 채택 등의 권고가 포함되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가 국제인권조약의 하나인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이는 우리나라 장애인의 삶을 협약에서 보장하고자 하는 권리 수준에 맞게 이행할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권리협약은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의 지침서이자 가이드라인이고, 또 그렇게 사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협약을 이행하는 길이다. 협약을 비준하고도 협약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식장에 모셔두는 보기 좋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비준에 따른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제 또 머지 않아 우리가 제출한 제2차〜3차 병합보고서에 대한 심사가 진행될 것이다. 이번에는 최초보고서의 평가와 비교하여 얼마나 발전된 결과로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장애인권리협약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이행을 보다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에 대해 두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나라에 장애인 관련법이 많이 제정되어 있으나, 이 법제도들을 협약의 내용에 부합하도록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각 관련법에 이에 대한 명시조항을 규정해놓을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본 법의 적용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하여야 한다.”를 법규정화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는 장애인복지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 협약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등이 과연 장애인귄리협약의 정신에 맞게 수행되는 것인지를 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협약이라는 규범의 존재로만 보장되지 않는다. 권리협약을 실천할 때, 비로소 장애인의 삶이 권리를 향유하는 인간적인 삶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