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속이고 유도대표로 패럴림픽서 메달 딴 감독·선수들
"시각장애인" 속이고 유도대표로 패럴림픽서 메달 딴 감독·선수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1.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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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비장애인을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해 국제대회에 출전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정한 방법으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이진웅 판사는 업무방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애인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 A씨(6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5년부터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시각장애등급을 받지 않은 선수들도 시각장애 유도 선수로 등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 시력이 다소 좋지 않지만 국제시각장애스포츠등급을 받기 어려운 선수들을 발굴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각장애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우선 안과의사로부터 국제시각장애스포츠등급에 부합하는 의무기록을 발급받아야 하고 이후 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A씨는 이러한 선수들에게 "병원에 들어갈 때부터 내 팔을 잡으면서 이동하고, 시력검사를 할 때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라"라는 등의 지시를 해 허위의 시력검사를 받게 하고, 그 시력검사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유도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선수들은 자카르타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2018년)·리우 패럴림픽(2016년)·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2014년)에 출전한 뒤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는 등 호성적을 기록해 정부 포상을 받았다. 선수들은 약 130만~4200만원의 정부포상금 등을 받았고, A씨의 경우 포상금까지 총 1546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판사는 "A씨는 자신의 직분과 책임을 망각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선수선발의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를 종용해 장애인 스포츠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선수들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 등을 이용해 허위 시력검사를 유도하는 등의 행위는 지도자로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한 점, 이번 사건으로 구속돼 약 6개월간 구금생활을 한 점, 부정수급한 보조금을 반환하기로 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도 선수 13명 중 2명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허위로 시력검사를 받아 시각장애 스포츠등급을 받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11명 가운데 8명에게는 벌금 300만~700만원이 선고됐고, 3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B선수에 대해서는 "왼쪽 눈의 교정시력이 좋을 때는 0.6까지 나올 정도로 시력이 나쁘지 않아 허위 시력검사에 관한 위계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장애인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태연하게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을 시각장애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등 큰 분노감을 안겨줬다"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선수는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보조금 총액이 4000여만원으로 큰 점, B선수처럼 태연하게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을 시각장애 동료들에게 보여준 점이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D선수에 대해서는 "교정시력이 양안 모두 1.0으로 나올 정도로 시력이 괜찮은 정상인이라 허위 시력검사를 받은 위계의 정도가 중하다"며 "2018 인도네시아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받아 스포츠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