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예술가'...사람 본연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예술' 
'모든 사람은 예술가'...사람 본연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예술' 
  • 김대근 (마을예술복지연구소 더 창고 대표)
  • 승인 2019.07.0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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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을 퇴사한 2012년, 진로를 선택할 때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몇 군데서 제안을 받았긴 했지만 10년 이상 일한 복지관을 그만 둔 뒤 안정적인 일보다는 뭔가 나만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 제안이 들어온 것이 ‘마을예술창작소’ 사업이었습니다. 마을예술창작소란 예술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활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서울시가 추진한 사업이었습니다. 지금도 서울시에서는 서른 곳 이상의 마을예술창작소가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에 근무할 때 공동체예술활동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적임자라 생각을 했고, 이 작업을 함께 했던 지역활동가와 예술가들을 모아 마을예술창작소 기반조성 작업에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라고도 불리우는 공동체예술은 ‘문화예술은 인간으로써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며 소수 전문가 집단(전문예술가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가지며 생활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모든 창조행위를 예술로 보고 소통을 활성화 시켜 지역공동체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계층, 지역, 성별, 학벌 등에 의한 어떤 차별에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 행위에 있어서도 전문예술가와 비전문예술가의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오직 당사자의 삶을 주목하고 그 사람이 역량을 개선하여 타인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주장합니다.

공동체예술의 대표적 활동가인 요셉보이스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누구나 삶을 영위하고 개선하기 위해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복지관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차용하여 복지사업을 진행합니다. 이런 사업을 진행할 때 공모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할 때가 많은데 내용을 드려다 보면  ‘가난하고 문화적으로 열악한 우리지역의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예술 교육 사업이 필요하다.’ 식의 문구가 눈에 많이 보입니다.

지원단체(공동모금회, 기업 사회공헌 등)에 눈에 띄어 예산수급의 정당성을 강하게 외칠 때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됩니다. 이로 인해 해당 사회복지사의 이웃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열악한 지역에 사는 자존감 낮은 주민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사회복지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복지 서비스를 진행할 때 당사자의 본연의 능력과 선택을 중시하는 인식이 강화되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를 대상화해선 안되며 스스로 인식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복지관(또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교육은 교육자가 우월한 지위 가르치며 참여자는 일방적으로 배워야 하는 형태로 진행될까요? 

다른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저는 아직 사회복지계가 왜곡된 예술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예술이 확실하게 우리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나, 막연하게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예술을 향유하다 보면 언제가 고귀하고 균형있는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죠.

크리스토프 우치코 '노숙인의 수레' 노숙인을 추방하기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지자체의 형태를 항위하며 만든 작품
마르쉘 뒤샹 'L.H.O.O.Q' '그녀는 엉덩이가 뜨거워'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의 얼굴에 콧수염을 그려 예술의 고귀함을 조롱하는 작품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전시를 가지기도 한 프랑스 다다이즘 예술가 마르셀 뒤샹(1887~ 1968)은 이런 개념을 조롱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리고 ‘그녀는 엉덩이가 뜨거워( L.H.O.O.Q)’란 작품을 발표합니다.

누구에게나 추앙받고 고귀한 예술가라 생각하는 다빈치의 그림을 훼손함으로써 예술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모르면서 권위 있는 작품을 추앙하는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좋은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으면 마치 자신의 교양도 높아지는 것 같고, 생각과 기하학적인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은 허영심 많은 졸부들의 행동이며 자기 자신의 삶과 일상을 깊이 고민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마을예술창작소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이런 상투적인 예술관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역동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삶의 환경을 바꿔내는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것이 예술 본연의 강점을 최대화 시키는 일이며, 사회복지사가 참여하는 예술 활동은 삶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의 문제도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제가 어떤 활동을 통해 마을예술창작소에서 복지관이 시도하기 어려운 활동을 진행했는지는 다음 회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사과를 드려야겠네요. 첫 글 이후 다음 글이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늦지 않고 이야기들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드디어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며칠 사이 미세먼지도 없고 선선한 저녁, 밤을 즐길 수 있어 좋았는데 살짝 아쉬움과 긴장감이 드는군요. 모두 몸 건강히 다가오는 강력한 여름 잘 이겨내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