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에 시각장애인들 어쩌나…"혼자서 QR 인증 불가능"
방역패스에 시각장애인들 어쩌나…"혼자서 QR 인증 불가능"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1.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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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부산 북구에 거주하는 중증 시각장애인(1급) 박모씨가 한 식당에서 방역패스를 인증하고 있다.2022.1.6/©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방역패스 때문에 혼자서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방역패스 시행으로 인해 '이동권' 제약을 받고 있다.

이들은 식당 출입 등 생활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방역패스가 좀 더 '장애인 맞춤형'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6일 부산 북구에서 만난 중증 시각장애인(1급) 박모씨(31)는 이날 식사를 하기 위해 대형마트 내 한 음식점을 찾았다. 그는 지팡이를 짚은 채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주문대 옆 QR코드 인증 기기로 향했다.

휴대폰을 꺼내 기기에서 나오는 음성 서비스를 듣고 힘겹게 카카오톡 QR코드 체크인 화면을 켰다. 하지만 박씨는 조그마한 QR코드 인식 네모 칸에 제대로 맞추질 못해 진땀을 뺐다.

그는 약 1~2분간 사투를 벌이고 나서야 취재진의 도움으로 겨우 QR 인증을 할 수 있었다.

박씨는 "방역패스가 시행되고 나서 혼자서 식당을 이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음식점에 사람이 몰릴 때면 더욱 긴장된다. 나 한 사람만 불편한 건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칠까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이 QR코드 형식의 방역패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QR 체크인 화면을 켜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증 유효시간 초과'라는 문구와 함께 인증 시간이 만료되는 점이 문제다.

카카오톡의 경우 인증 만료 시간이 15초인데, 최대 2번까지만 시간이 자동 갱신된다. 즉 45초 정도 QR 화면이 켜져 있는 것인데, 45초가 지나면 유효시간 초과 안내가 뜨면서 QR 화면이 '새로고침' 칸으로 바뀌어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남은 시간이 다 지나도 음성 서비스나 진동 안내는 없었다. 만약 음식점에 대기 손님이 많을 경우 시각장애인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QR 인증 시간에 일초일초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씨는 과거 2년 동안 웹 접근성 평가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모바일 전문가'다. 그가 이 정도로 힘겨워할 정도면 디지털 기기에 서툰 고령층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시각장애인들은 외출할 때 활동보조인 1명과 동반한다. 보조인이 출근하지 못하면 이들은 홀로 밖을 다녀야 한다.

전자기기에 서툰 고령층 보조인의 경우 난감해질 때가 많다. 중증 시각장애인(1급) A씨(38)는 지난 5일 60대 연령의 보조인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도서관의 '안심콜이 없어져 QR코드로 방역패스 인증을 해달라'는 요구에 "너무 자주 바뀌는 게 아니냐"며 잠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A씨는 "혼자 나가서 방역패스를 하려니 막상 긴장돼서 화면이 잘 안 눌러지더라"며 "비장애인들은 QR코드 이용이 쉽겠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코로나19가 길어져 외출권에 제약을 받으면서 아직 방역패스를 잘 모르는 시각 장애인들이 주변에 많다"며 "정부에서 QR코드가 아닌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리한 방역패스 인증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QR 대안이었던 수기 작성과 안심콜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이력이 확인되는 바코드가 찍힌 휴대용 명찰을 만드는 등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지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지부 주간보호센터장은 "접근성에 한계가 있어 QR 체크인 화면을 켜는 게 쉽지 않다"며 "화면이 뜨더라도 현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는 한 인증 네모 칸에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코드가 기재된 목걸이 명찰이 QR 코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