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 뽑고 싶다…선관위 갑자기 보조중단"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 뽑고 싶다…선관위 갑자기 보조중단"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1.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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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대통령 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장애인 단체가 정부에 투표보조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10일 기준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다! 투표보조를 지원하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500명 이상의 동의가 모였다.

청원인은 "약 20만명의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 유권자가 다가오는 3월 대통령선거에서 실질적인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선관위가 갑자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2016년부터 '지적·자폐성' 장애인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운영해왔는데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관련 문구를 삭제하면서 당시 많은 발달장애인이 투표소를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은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발달 장애인은 법상 투표보조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지침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제외한 이유로 선관위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중 장애정도에 따라 스스로 투표가 가능한 사람까지 동반인의 보조를 받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관련 문구를 제외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5월 발달장애인 투표를 위한 보조원을 공적 보조원을 배치하는 등의 주문을 담은 시정 권고를 선관위에 내렸지만 선관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둔 2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 법원 임시조치 신청 및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1.11.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선거인도 투표보조 2인을 동반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중앙선관위는 '정신적 장애'는 범위가 불명확하고, '혼자 기표소에 들어가 기표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부분의 해석상 논란이 생길 우려가 있어 개정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신적 장애'는 장애인복지법을 참고해 특정할 수 있지만 '현저히 곤란한' 부분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나, 현실적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검토 결과를 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관계자는 "2020년 총선거 때 갑자기 선관위 투표보조 지침에서 발달장애가 빠졌는데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투표 안내'에는 보조를 받아 투표할 수 있다고 계속 안내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매뉴얼이 바뀐 지도 모르고 이전처럼 투표보조 지원을 해주신 분(공무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투표소에 갔다가 투표보조를 받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야 했다"고 전했다.

장추련 등 4개 장애인단체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임시조치해달라는 내용의 정부 상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첫 변론기일은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또 오는 18일 대한민국 정부와 선관위를 대상으로 차별구제청구 본안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방침이다.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제공하지 않고 또, 읽기쉬운 공보물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므로 법원이 구제조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애 형태에 따라 투표보조를 하는 지 여부가 아니라 신체상 투표가 어려운 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서 "(발달장애인도) 신체상 투표가 힘들다면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