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행’의 짤막한 후기(後記)
‘어느 해 여행’의 짤막한 후기(後記)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2.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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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도무지 멀리 나다닐 수 없는 형편이다. 재작년까지는 일 년에 한두 차례 해외여행을 했다. 만 60살이 넘은 2016년부터 빼놓지 않고 여름과 겨울에 점찍어 두었던 곳을 다녔다.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이제는 아득한 추억이 되었다. 어느 해인지, 러시아와 북유럽을 다녀온 기억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는 북유럽보다 러시아가 아름다웠다.

러시아의 도시들은 휘황찬란했다.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는 중세의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성 바실리 대성당이었다. 대성당의 아름다움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2시간의 비행을 한순간에 잊게 했다. 기묘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른 쪽으로 가서 보았다. 앞쪽과는 달리 다소 한산했다. 한동안 서 있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바실리 대성당 이후에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많이 보았는데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빅토르 최’에 관한 이야기나 발레극 ‘호두까끼 인형’도 인상적이었으나 바실리 성당에는 미치지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아름다웠다. 카잔대성당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스도 부활 성당이라는 곳을 꼭 가보고 싶었으나 중앙부분의 외관을 막으로 둘러싸고 공사 중이어서 멀리서 보기만 했다. 그래서 카잔대성당으로 갔다. 외관도 장대했지만, 내부는 호흡이 멎을 정도로 장엄했다. 특히 성모와 성자가 새겨진 곳에 입 맞추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서인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나 경건했다. 나는 개신교도이기 때문에 큰 효험이 없을 것 같아서 다른 곳을 보았다. 성의(聖衣)가 특이했다. 다양한 성화들은 옅어졌던 신앙심을 자책하게 할 정도로 장중했다.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4국은 버스를 너무 많이 타고 다녀서 피곤한 기억이 제일 많다. 노르웨이의 독특한 지형인 툰드라 지대와 피요르드는 인상적이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다양한 장소들을 찍고만 다녀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아스름한 지경이다. 다만, 아기자기한 건축물과 고성(古城) 그리고 각종 시장이 볼만했다. 스웨덴의 작은 항구도시에 있는 카페에서 마신 커피와 납작복숭아는 진짜 맛있었다. 특이했던 것은 동화의 나라 덴마크다. 모든 도로가 자전거 중심이었다. 그리고 북유럽은 보험과 적금이 필요 없는, 완벽한 사회보장국가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부러웠다.

뜬금없이 지난 여행을 떠올린 이유는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고 싶어서다. 당시에는 피곤하고 몸살도 났지만 그렇게라도 돌아다니던 때가 그립다. 여행은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 감염병이 어여 종식되어서 남미(南美) 쪽을 가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