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직의 하청(下請)화는 복지행정의 부실로 연결된다
사회복지직의 하청(下請)화는 복지행정의 부실로 연결된다
  • 김원일(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조직행정부장)
  • 승인 2022.02.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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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에서는 큰 기업이 직접 처리하기에 여러 가지 곤란한 리스크들을 넘겨 분산하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하청(下請)을 주곤 한다.

하청업체 대부분은 회사 규모나 매출구조가 열세여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부당한 여건에서도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해야 하며, 위험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차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복지직 전담공무원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면 공직사회 역시 사회복지직이라는 힘없는 소수직렬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넘기는 흐름을 감지하게 된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 43조에 따르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업무는 ▲취약계층 발굴 및 상담과 지도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조사 ▲사회복지 사업 수행을 위한 취약계층의 소득‧재산 등 생활실태의 조사 등이 열거돼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행정안전부의 찾아가는 보조금 24시 △중앙대책본부의 코로나19 유급휴가비 및 재택치료 대상자 생활지원비 △중소기업벤처부의 소상공인 일상회복 희망지원금 자격조사 △국토교통부의 청년월세 한시특별지원 및 여러 임대주택 접수 등의 업무를 사회복지직 전담공무원에게 처리하게 하거나 떠맡기려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업무를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배정하는 과정서 법률 및 제도적 근거 없이 은근슬쩍 넘기는 흐름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하청'의 흐름을 넘어 이런 업무로 발생한 민원을 해당 담당부서가 책임지지 않고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미룬다는 절박한 토로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하청적 행위를 넘어 기업의 컨슈머 불만을 처리하는 CS기능도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문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자긍심은 파괴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사회복지행정현장의 업무량과 민원 강도는 이미 공직사회 내 최고수위임이 알려져 있다.
2013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4명이 유명을 달리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던 당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토로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27.5%로 일반 국민의 16.4%보다 높았으며, 2018년도에도 김해시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투신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하청화, 업무의 깔때기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은 공직사회가 국민들의 편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없이 자신들이 처리하기에 힘든 민원업무를 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반증이라고 판단된다.

사회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하청업체의 열악함에 왜 관심을 가지는가? 
하청업체의 사고는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그런 열악한 문제를 지속하면 부실공사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가 원청업체 뿐만 아니라 해당 입주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사회는 하청의 열악함에 주목한다. 

원청과 하청의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생겼다. 또 CS부서도 고객응대 근로자보호 제도가 시행될 만큼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하다못해 건설현장 하청업체는 용역 인력들의 지원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져 일견 숫자라도 많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인력 충원 없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에게 근거도 찾기 어려운 일들을 떠밀듯이 시키고 있으며, CS기능까지 부담시키고 있다. 

규정에도 없는 일들을 마치 원청이 하청업체에 당연히 넘기듯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업무를 떠맡기다 보면 복지행정의 부실화를 가져올게 뻔하다.

업무를 맡기려면 지금부터라도 법령과 규정에 근거해 제대로 된 논의 및 인력확대를 고려해가며 추진하라. 

행정이 부실한 공사를 해서 결국 국민들의 편익을 훼손하면 안된다. 공직사회가 앞장서 국민 앞에 모범을 보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