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憎惡)의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증오(憎惡)의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2.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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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20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판이 아수라장이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따른 공식적인 선거운동기간은 2월15일부터 3월8일까지 22일간이다. 그런데도 후보자로 확정된 각 정당의 후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선거공약들을 발표하고, 전국의 방방곡곡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보란 듯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물론 선거법이 허용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행위들이기는 하다. 그런다고 하더라도 장기간의 선거운동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이 증폭되어 가고, 증오와 협박의 언동들이 대통령 선거판을 ‘마구잡이 싸움판’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일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대통령 선거가 국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바탕으로 정치적 축제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양상은 마치 구천(九泉)을 헤매는 모양새여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어느 정도는 진영(陣營)을 구축해서 득표를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 검증을 위한 신상털기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매몰되어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국가의 미래는 내팽개친 것 같은 ‘증오의 막말 퍼레이드’가 임계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대통령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참담하다.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불거지고 있는 ‘단일화 논의’도 으지짠하다. 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정치공학적 선택으로 단일화가 논의될 수는 있다. 그러나 ‘증오의 심사(心思)’를 매개로 하는 단일화는 음침한 목적의 정치거래고, 대통령 선거를 야바위판으로 변질시킨다. 특정세력의 배제나 특정계층의 불이익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부도덕한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선택권을 볼모로 하는 정치적 매춘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치가 생물이라는 말은 패륜적 담합이나 협잡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이 아니다. 증오의 공유는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이다.

어쨌건 이번 대통령 선거판을 ‘증오의 굿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야권의 일부 후보들은 대놓고 ‘증오’를 선거운동의 메카니즘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평화나 복지를 위한 약속에는 진정성이 없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와 급변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선동에만 혈안이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섬뜩한 언급을 마다하지 않는다. 집권하면 기획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한다. 정상적인 대통령 후보가 입에 담을 말들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판은 사회현상의 온상과도 같다. 증오를 바탕으로 아무렇게나 내지르고 보는 일들이 온 나라를 뒤덮지나 않을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