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투쟁이 남긴 것
전장연 지하철 투쟁이 남긴 것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02.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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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호
@전진호

 

장판 기자밥을 먹은지 얼마 안됐을때 일이다.

전날 직원들이랑 진탕 퍼마시고 숙취에 떡이 돼 출근했더니 부장이 마포대교 쪽에서 집회가 열리니 가보란다.

거기까지 어떻게 가지? 다리 위에서 무슨 집회를? 오늘따라 내 카메라도 안갖고 왔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현장에 가봤더니 헐... 수십여 명의 활동가들이 휠체어를 버리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밑에 내려와 기어갈(!) 준비를 한다.

한쪽 면이 막혔으니 당연히 엄청난 정체가 생겨나고, 지나가던 운전자들의 쌍욕과 침세례가 날아들었다. 어떤 운전자는 차를 막아선 활동가를 치이려고 시늉하다 경찰에게 제지당하기도 하고... 아무튼 난장판이었고, 30평생 처음보는 충격이었다.

'시늉만 좀 하다 말겠지' 생각했던 마포대교 행진(?)은 다리를 완전히 넘어선 한밤 중에야 마무리 됐고, 다 불어터진 국수로 간단히 요기하고 정리집회를 하는데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각오를 다지며 발언하는 그들 눈빛을 보며 그간 품어온 '이들은 왜 이런 욕을 들으며,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어렴풋이 찾았다.

최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누군가는 선을 넘었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지지를 철회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재부나 국회로 가서 점거농성하라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엊그제 전장연 사무실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는데 젊은 청년이 찾아와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건물 앞에 있는 장애인 활동가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시민이 있었다며 담담히 이야기하는 활동가들의 눈빛을 보며 16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비난하는 사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곱씹어주길 바라는건, 그동안에도 어딘가의 세계에서는 나와 나같은 사람들이 더이상 의미없이 죽어나가지 않게 목숨을 건 싸움이 이어져 왔고, 그 언젠가는 교통방송에 '장애인이 시위를 해 도로가 막히고 있다'는 뉴스 멘트 한줄을 위해 싸웠던 것이 이제는 '나의 세계'로 까지 전이돼 피부로 느꼈을 뿐이라는 것이다.

더이상 '그들의 세상'이 '나의 세계'로 넘어온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 길이 멀고 험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