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높게, ‘기대’는 낮게
‘기준’은 높게, ‘기대’는 낮게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3.04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세상을 사는 지혜가 한둘이 아니겠으나 자신을 엄중하게 통제하고,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자세야말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제일의 지혜다.

자신은 모자람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부족함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앵앵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학력도 그럴싸하고 생김새도 빠짐이 없는데 습관적인 원망이 입에 붙어 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자세는 성실하다. 학구적인 면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인물이다. 그런데 자신만 적임자(適任者)고, 다른 사람은 함량미달이라고 본다. 이 사람은 자신에 대한 기준은 낮게,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는 높게 잡은 사람이다.

기준을 높게 가져야 한다는 말은 자신의 가치와 행동의 기준을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만 윤리와 도덕을 운운하고 실적을 강요하면 갈등과 불화가 시작된다.

자신에 대한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유난히 강조한 목사님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인데, 그 분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표준을 높게 가지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을 높여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했다. 축복을 바라지 말고, 축복을 받을만한 삶의 자세를 가지라는 당부다. 눈을 밖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뜻이다.

기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기대를 낮추면 세상이 넓게 보인다. 그만큼 짜증이나 원망도 줄어든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목표를 공유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할의 분담과 일정한 기대가 필요하다. 문제는 턱없는 기대다. 뒷짐만 지고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거나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까지 다른 사람이 맡아주기를 바란다면 이는 기대가 아니고 가혹행위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경우도 있다. 모두 잘못된 기대들이다. 부질없는 욕심이나 강요를 기대라고 덮어씌우면 안 된다.

공동의 기준과 기대는 자연스럽게 조직이나 기관의 목표로 승화되기도 한다. 적절한 논의과정을 거쳤다면 문제될 게 없다.

오늘의 이야기는 개인이 가져야 할 기준과 기대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가져야 할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엄격해서는 안 된다.

간혹 사회복지현장에서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할 일은 안하고 타박만 늘어놓는 풍경이다. 기준과 기대가 잘못되어서다. 자기 삶의 기준을 높여야 믿음이 쌓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낮추어야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지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