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의 누적(累積)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의 누적(累積)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3.0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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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요나 콤플렉스’는 욕구5단계론을 주장한 메슬로가 제기한 심리현상이다.

메슬로는 ‘해야 할 일을 앞두고 망설이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요나 콤플렉스라고 했다. 요나는 성경 속의 인물이다. 그는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니느웨’라는 도시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예언을 전달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그러나 요나는 이 소명을 두고 고민하다가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 버렸다. 그 이후로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지지만, 메슬로가 주목한 것은 요나의 이 회피행동이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기피하여 장래의 가능성을 무산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요나 콤플렉스로 명명한 것이다.

우리 삶에도 이런 심리현상 때문에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흔하다.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서울이 무섭다고 과천서부터 기어가는 일’이 적지 않다. 시작하지도 않고 실패를 미리 예견하거나, 덜컥 성공했을 때의 두려움 때문에 그 자리를 피한다. 우리들이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불편하고 부당한 일들의 해법도 알고 있다. 하지만 늘 제자리를 맴돈다. 떨치고 일어나서 문제와 맞서면 해결이 가능한데도 불편하다는 소리만 중얼거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요나 콤플렉스의 누적은 무기력으로 귀결된다. 자신의 역할을 기피하고 억압하는 심리현상의 말로는 스스로를 좌절의 늪에 빠트린다. 미국의 심리학자 셀리그만이 설명한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으로 상황을 인식하게 만든다. 셀리그만은 개를 우리에 가두고 벨이 울리면 전기충격을 주었다. 처음에는 우리에서 벗어나려고 법석을 떨었지만, 나중에는 벨소리만 들어도 미리 쓰러져서 벌벌 떠는 개를 발견했다. 더구나 문을 열어두어도 우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기본적인 능력까지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는 ‘거듭된 회피’는 이런 비극을 경험하게 될 뿐이다.

사회복지계가 안고 있는 숙제들이 산더미다. 이 숙제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체계는 눈꼽만큼도 변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 돈이 얽혀있는 난제들이어서 해결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장애는 우리들이 해야 할 행동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은 무기력한 순진함 때문이다. 관장이 해결하고, 회장이 해결해야 한다고 미룰 일이 아니다.

자기 일로 인식하고 함께 일어서야 한다. 엉뚱한 일에는 과감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소가 닭 쳐다보듯 하면 숙제는 점점 더 쌓여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