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피해자를 위한 지원, 사회복지 영역은 무엇을 해야할까
재난 피해자를 위한 지원, 사회복지 영역은 무엇을 해야할까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2.03.08 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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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림청

 

봄바람이 거세다. 그 봄바람에 경북 울진 등 강원 산불이 꺼지지 않고 번지고 있어, 모두의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안산지역에도 이틀 전 산불이 나서 진화작업에 공공기관과 주민들이 나섰다. 화재나 수해 같은 자연 재난이 발생하면, TV에는 성금을 모으는 ARS 전화번호가 한 켠에 떠있곤 했다.

그 성금이 모이는걸 보며, 선한 이웃들이 많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짐을 덜기 가장 쉬운 성금 모으기, 그 성금으로 재해, 재난 피해 시민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더욱 가벼워지고 있었다는 걸 이 현장에서 다시금 깨닫는다.

시혜적 관점으로 재해 재난 피해자를 ‘돈’으로 해결하는 일과 재빠르게 치워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일을 ‘복구’라는 이름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과연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지원이란 무엇일까? 또한 그들에 대한 지원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 걸까?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통해 영국으로 해외연수를 갔을 때 영국의 재난참사 피해자들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통역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단 3초의 시간도 남기지 않고, 차필드 철도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었다는 그녀는 “평생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정부로부터 배치받은 사회복지사에게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할까? 앞서 말한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성금 전달 이후, 피해자들이 어떤 고초를 겪으며 삶을 살아가는지 대부분 관심이 없다.

나의 일상의 우선순위에 밀려서 이거나 가족을 잃은 건 ‘가슴에 묻는’것이라는 무책임한 말 때문일 수 있다. 혹은 ‘빨리 빨리’경제성장을 해온 정부는 재난 이후의 최대의 복구는 ‘재빠른 수습’이라고 생각해온 공공의 태도가 재난 현장에서부터 이미 개인이 감당해야하는 몫으로 내몰았다.

내년이면 20주기를 맞이하는 2.18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대구시는 참사의 증거와 유골이 있는 화재 현장을 만 하루만에 물청소를 해버렸다. 피해가족들은 가족들이 그 지하철에 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증거를 찾기 위해 모든 CCTV와 당시 인근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희생자의 흔적을 찾아야 했다. 애가 타도록 찾는 나날을 겪는 피해자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참담했다. 희생자에 대한 유해수습이 미쳐 이루어지지 않고, 유가족들이 확인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화마를 입은 전동차는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졌다.

유가족들은 쓰레기 하치장을 뒤져, 유골을 찾았다.

@ JTBC 방송화면 캡쳐
@ JTBC 방송화면 캡쳐

 

십여 년이 지난 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의 몸은 바뀌어 장례식장에서 급히 원래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 생겼고, 피해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DNA샘플 체취가 이루어졌다. 밤구조 활동을 위한 신호탄 수급이 어렵다고 정부가 이야기하자, 오징어배를 띄우자는 이야기를 유가족이 제안하는 상황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발생했던 지진을 겪은 포항의 현재까지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 많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재난 참사는 결코 멀지않은 거리와 시간 안에 있다. 반면 재난 참사 이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너무도 미흡한 상황에 있다.

코로나19 후유증을 앓고 있는 시민들의 삶에 우리 사회는 어떤 답변을 할 것인가? 수많은 재난 참사를 겪는 시민들의 삶은 어떻게 일상성을 찾도록 지원할 것인가? 성금을 통한 시혜적 관점의 지원을 너머, 재난 이후의 삶이 일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의 피해자 지원체계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 날들이다.

우리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재난 참사로 재산과 가족을 잃어, 일상으로 돌아갈 회복 탄력성을 찾지 못하고, 현재의 사회복지영역에서 지원할 단계에 이르기 전에, 피해자의 삶을 지원할 방법은 없을까?

이에 더해 사회적 약자가 재난 현장에서도 약자가 되는 현실을 예상해, 지역사회 속에서 재난을 예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준비는 할 수 없을까? 최근 재난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현장에서의 최대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