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우리 사무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3.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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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양성이래요’

월요일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일요일 오후 5시쯤 팀원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쉬는 날 웬일이지? 의아해하며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문자가 들어왔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와서 보건소에 PCR 검사하러 왔어요. 내일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목요일부터 감기몸살 증상으로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보고 왔는데 신속항원검사 음성이 나왔다고 했었다. 그런데 주말 오후에 병원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고 보건소 PCR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목요일 점심에 팀원들과 한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리는 불과 30c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중간중간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의 놀라운 감염력과 함께 연일 더블링을 하고 있는 확진자 숫자까지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선 상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모두가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미크론은 문밖에 성큼 와 있었지만 정작 대응 방안이나 방역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대규모 사업장은 나름 방역체계나 대응체계가 잘 잡혀있을 테지만 10명 안쪽의 소규모 사업장은 아무래도 체계가 미비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방역 초기와 달라진 현재 상황에 맞는 방역수칙을 확인해야 했다. 기관 메일에 ‘사업장 확진자·접촉자 관리방안’이 와 있어 열어보았다. 확진자 폭증에 따라 방역대책본부에서 2022년 2월 11일 전달한 방안에 따르면 이전과 달라진 가장 큰 차이점은 기관·개인별 자율방역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사업장 확진자·접촉자 관리방안’에서 순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었다.

1순위 : 확진자와 같이 동일공간에서 생활하는 동거인
2순위 :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식사, 15분 이상 대화한 경우
3순위 : 동일공간에서 근무하는 구성원

이 대응방안에 따르면 나와 몇몇 사무실 직원은 2순위에 해당했다. 상태를 보면서 스스로 자가검사키트나 병원에서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를 1차로 해보고 양성일 경우 PCR 검사를 해야 했다.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출근도 가능했다. 보건소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할 순 있으나 대기줄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려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출입구 발열체크기에 다가가 이마를 들이댈 때마다 삑~~ 정상입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계속 울리기 시작했다. 나도 다가가 이마를 들이대 보았다. 일요일 오후부터 약간의 미열이 있었기 때문에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삑~ 36.6도 정상입니다. 정상 범위에 들긴 하지만 평상시 체온보다 1도 정도 올라가 있었다. 

급히 회사 근처 신속항원검사 지정병원을 알아보니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하고 있었다. 조를 나누어 몇 명이 먼저 출발했다. 신속항원검사는 일반 진료실과 별개로 공간을 분리해서 실시하고 있었다. 들어가니 1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접수대에 서 있다. 

10분 정도 대기하자 접수 직원이 작성하라고 서류를 내민다. 보험 적용은 5000원, 비보험 적용은 3만 원이었다. 보험 적용에 체크를 하고 내밀었더니 우리는 5시 검사 순번이니 4시 반까지 오라고 안내를 받았다.

 

시간이 되어 예약한 병원에 들어서니 우리를 칸막이가 쳐진 5번방으로 안내를 한다. 칸막이마다 사람들이 다 찼다. 4시 반이 되니 순서대로 부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내 순서가 되어 검사실로 향하니 이름을 확인하고 면봉을 코 속 깊이 넣어 검체를 체취한다. 

검사는 순식간에 끝났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검사가 끝난 사람들은 기다리던 칸막이 안에서 15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검사한 순서대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마치 성적표를 기다리듯 떨리는 느낌이 들 때쯤 내 이름이 불리고 “음성입니다”라며 A4 한 장짜리 검사확인서를 내준다. 검사일로부터 24시간 유효하다는 문구와 함께 확인 도장이 찍혀있다. 24시간 내 병원 진료를 받거나 확인서가 필요할 때 제출할 수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로 돌아와 보고를 한다. 다행히 나머지 직원들도 모두 음성이었다. 

 

나와는 관계없을 거라 믿고 싶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바로 옆에서 발생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잘 잡혀 있다는 반증이었다. 바뀌는 상황에 맞춰 대응방안을 안내하고 자가검사키트며 가까운 병의원에서 검사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내심 놀라웠다. 

3월부터 방역패스가 잠정 중단되었고 자율방역으로 전환되면서 각 사업장 내 자체 방역지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업장 확진자 접촉자 관리방안’에 보면 사업장 내 방역관리자를 지정하고, 신속항원검사 과정과 결과 등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되어 있다. 

언제라도 우리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의 혼란을 미리 예방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