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難題)를 풀어내는 방법
난제(難題)를 풀어내는 방법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3.14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배배 꼬인 일들이 많은 세상이다. 정치이야기나 경제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는 말이다.

하나를 풀면 다른 문제가 나타나고, 그것을 해결하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문제의 성격도 서로 달라서 하나의 방법으로 풀어낼 수도 없다.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만만한 세상일이란 원래 없는 법이다. 더구나 합당한 방법이 다른 힘에 의해서 부인(否認)당하는 처지가 되고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데 책들을 읽다보니 재미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었다. 아래의 사례는 다양한 책에서 언급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새겨볼 가치가 있어서 소개한다.

하나는 ‘슬기로운 타협’이다.
영국 윈저시의 시청 로비 설계를 맡게 된 ‘크리스토 라이언’의 이야기다. 그는 새로운 공학지식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시청의 중앙 홀 천장을 기둥 하나로 지탱하는 혁신적인 설계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청의 고위관리들은 기둥 하나로는 위험하니 몇 개 더 세우라고 요구했다. 라이언은 하나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으나 관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라이언은 결국 4개의 기둥을 추가했다. 하지만 실제공사에서는 4개의 기둥을 천장에서 2mm의 틈이 생기도록 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 300여년이 지난 후 천장의 보수과정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정면 돌파’다.
알렉산더의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가 단적인 사례다. 기원전 800년, 지금의 터키 땅에 ‘프리기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에 ‘고르디우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도시 한복판에 복잡한 매듭으로 동여맨 왕의 마차를 놓아두었다. 그리고는 누구든지 매듭을 푸는 사람에게 마차를 주겠다고 했다. 왕의 자리까지 걸려있다는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매듭을 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졌지만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어느 날 알렉산더가 그 마차를 보았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쩔쩔매는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고르디우스의 마차에 올랐다.

물론, 위에 열거한 두 가지의 해법을 오늘 날의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라이언의 사례는 준공검사과정에서 부실공사로 드러날 것이고, 관계와 돈으로 범벅이 된 오늘의 매듭들은 고래 힘줄 같아서 한 칼에 잘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방법을 고집하기보다는 타협점을 만들어서 일을 성사시킨 ‘라이언의 기지(機智)’나 필요이상의 고민을 과감한 결단으로 풀어버린 ‘알렉산더의 순발력’은, 오늘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차용(借用)할만하다.

고집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하나의 방법으로 문제가 풀리는 세상도 아니다.

문제를 안고 낑낑대기보다는 기발한 결단이 더 중요한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