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환자·보호사 모두 절규 '요양시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환자·보호사 모두 절규 '요양시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3.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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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금 현장은 지옥 그 자체다. 기저질환자들이 집중된 요양원에서 어르신들 확진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요양시설 종사자들의 외침이다. 실제로 고위험군이 집중돼 있는 요양병원과 같은 시설에선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변이주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으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고 갈수록 완화되는 방역은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환자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고령층을 돌보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이들은 코로나에 확진되기라도 하면 해고나 무급휴가를 강요받고 있다.

이는 또다시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업무 연속성 단절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환자에게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요양시설 현장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폭주하는 요양시설 내 확진자와 사망자

지난 17일 약 60만 명이라는 하루 최대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신규 확진자는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숫자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확진자 발생에 따른 위중증과 사망자 증가는 1~2주 뒤에 나타나기도 할뿐더러 기저질환의 면역저하자의 특성상 건강한 사람보다는 그 피해를 온전히 받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87%는 70대 이상 고령층이고, 특히 사망자 3명 중 1명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1835명 가운데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경우는 35.3%인 64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 확진자에서 나왔다. 방대본 집계 결과, 3월 셋째 주(13~19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1957명 가운데 80대가 62.9%(1232명), 70대는 21.1%(413명), 60대가 10.3%(201명) 등 60대 이상이 전체의 94.3%(1846명)를 차지했다.

기간을 넓혀보면 요양병원 내 감염 상황이 얼마나 더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동안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523곳의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으로 확진된 인원만 2만2048명에 이른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요양병원에 입소한 환자 중 코로나19가 원인이 돼 상태가 악화되는 사례가 많다"며 "요양병원에 입소한 후 확진 판정을 받고 코로나19 전담병원에 가게 되면 환자 파악을 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쓸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우비 입고 환자 상대하는 요양시설 종사자…부당대우는 여전

오미크론 확산세로 힘든 것은 환자만이 아니다. 이들을 돌봐야 하는 요양시설 종사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들은 필수인력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현실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 이들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우선 현장 인력 부족으로 인한 피로도가 상당하다. 이미영 요양보호사는 "지금 요양보호사들은 방호복 하나를 가지고 3일씩 입으면서 일주일 동안 쉬지 못한 채 어르신 30여 명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간호사는 "병원들이 정부의 의료기관 업무 연속성 계획(BCP)을 악용하면서 코로나19 확진 이후 증상이 있어도 3일이 지나면 바로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며 "그 이상 회복 기간은 개인 연차 사용을 강제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무증상일 경우 격리를 하지 말고 바로 출근하라고 강요하거나 자가 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와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처우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에 따르면 델타 변이 확산 당시 서울의 B시립요양원은 '가족의 자가격리 보고가 늦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확진된 요양보호사에게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요양보호사가 확진된 경로를 정확히 알 수 없을 경우 병가를 적용해 임금의 50%만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전현욱 서울지부장은 "이 같은 곳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하고 순환휴직을 강요한다"며 "무급휴직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고도 했다.

 

 

 

 

 

 

 

뉴스 © News1 김영훈 기자

 

 


◇"방역 완화를 외치는 사람은 누구고 이를 들어주는 정부는 뭔가"

요양시설 종사자는 물론이고 현장 의료진은 코로나19 상황과 거꾸로 가고 있는 정부의 방역 대응을 비판한다. 언젠가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경기 지역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A 요양보호사는 "방역당국이 사실상 노인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방역 완화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노인과 기저질환자 같은 사회적 약자"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한 종합병원의 B 간호사는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 욕은 욕대로 하면서 다른 데서는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의 주장에 굴복해 갈수록 방역 기준을 완화하는 정부도 무슨 의도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