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의 대화
‘나무’와의 대화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3.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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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부드럽게 우회할 줄 아는 것, 그것은 결코 자는 것이 아니다.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선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고.’

30년째 나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우종영 선생님께서 지으신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책에 쓰신 글이다. 대선 이후, 흐트러지고 혼란스런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것 같아서 여러 번 읽은 대목이다.

이 책은 ‘가시덤불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은 울림으로 설명한다.
실거리나무, 로자나무, 청미래덩굴과 같은 가시덤불 때문에 제주도 곶자왈의 아름다운 숲이 생성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시를 달고 있는 나무들의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자갈밭에도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었고, 그 가시덤불의 보호 속에서 여러 식물들이 터를 잡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이 감동적이다. ‘숲이 조금씩 틀을 갖추면 가시덤불은 큰키나무들에게 자기 자리를 내주고 다른 불모지로 이사를 간다. 다른 생명들이 올 때까지 씩씩하게 자리를 지키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가시나무들.’

다른 꼭지의 글들도 잔잔하지만 곧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 내용을 다 옮기기에는 공간도 부족하고, 글이 안고 있는 의미들을 온전히 풀어낼 능력이 내게는 없다. 더구나 짧은 몇 마디로 책의 내용을 요약해 버리면, 글을 쓰신 선생님의 수고에 대한 결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는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삶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 그리고 그 안에 담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는 동안 정말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이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번 돌아보게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두 가지를 다짐했다.

내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이다. 소박하게 실천해 보려고 한다. 우선 천천히 걷고 많이 둘러보겠다는 것이다. 운동 한답시고 손을 앞뒤로 내지르면서 빠르게 걷기만 하던 버릇을 고쳐야겠다. 약속이 없는 오후 산책시간에는 뒷짐을 지고, 더 천천히 걸으면서 많은 것을 눈에 담고 싶다. 또 하나는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사부작 산행을 할 때, 씩씩거리면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보다는 산행 길에서 마주치는 나무들을 간혹 안아보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처음이야 어색하겠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나무들과의 이야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