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것을 자꾸 모으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필요없는 것을 자꾸 모으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 고진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2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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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실천현장에서 쓸모없는 것을 자꾸 모으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지역사회 복지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내담자의 행동이 잘 이해가 안될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의미없고 쓸모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자꾸 수집하고 치우지 않는 분들일 것입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면 과거 어려웠던 환경을 생각하면서 아끼는 삶이 일상화 되어 버리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해당 내용과 우리가 이야기하는 병리적 저장이라는 것은 사실상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상적 수집과 병리적 저장이라는 과정에 상관없이 지역사회의 복지자원을 연계하여 청소를 깔끔하게 대신해주고 이제 깨끗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접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얼마 뒤 다시금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며 한숨 지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저장(hording)이라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확장된 느낌을 가지기 위해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즉, 욕구를 충족하거나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적 의미의 저장이라는 것입니다. 저장을 하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모두 다 저장강박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정상적 수집이라는 것은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한 수집이거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수집을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 음반, 사진, 데이터, 편지 연예인 싸인 등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수집을 하곤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정상적 수집이라면 수집한 물건이 한 개 이상 존재해야 하며, 물건들 사이에 연관성이 존재합니다. 더불어 물건을 수집하기 위해 적극성을 나타내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하지만 비정상적 수집 저장활동인 저장강박장애(Hording disorder)는 쓸모없는 물건을 수집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버리질 못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집안 환경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공간의 기능 역할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또한 물건을 수집하지 못할때 고통의 현상으로도 나타나기도 합니다. 즉 지역사회 복지 실천현장에서 물건을 버리거나, 버려주는 행위를 할때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깨끗하게 치워주거나 버려주는 행위가 오히려 이분들의 고통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동의없이 물건을 버리게 되면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이 상실된다고 느끼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지역사회와 적대적 관계를 이루며 사회적 고립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현장에서 이제는 필요없다고 판단되는 물건들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분들을 발견한다면 본인의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물건을 임의적으로 치워주기보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눈여겨서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첫째,  다른 정신과적 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울증, 치매 등 )

둘째,  강박적 행동이 주된 증상일 경우 항우울제 처방 및 인지행동 치료에 기반한 접근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셋째,  물건을 과도하게 버리지 못하고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이 지속될 경우에는 심리적 치료와 면담을 병행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가 없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기에 한두번의 면담과 대화만으로 모든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야 하는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정서적 조절능력의 결핍과 상실은 저장장애 증상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들도 있는 것 처럼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이 가진 다양한 슬픔의 감정에도 민감성있는 대응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지역사회 실천현장에서 필요없는 것을 자꾸 모으는 내담자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의미로 비춰지고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 그분들에게 의미없는 존재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