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문명사회를 일구는 장애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합니다
‘진정한’ 문명사회를 일구는 장애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합니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3.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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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장애 혐오 정치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진정한’ 문명사회를 일구는 장애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OECD 평균의 장애인 예산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무조건적인 퇴장으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줄곧 활용해 온 혐오의 정치가 이제 장애시민들을 향했습니다. 같은 주제로 수십 년을 이어져 온 장애시민들의 시위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하다”며 색깔론을 펼쳤고, 지하철 탑승방식의 시위에 대해서는 ‘인질’, ‘볼모’를 운운하며 공권력 투입을 종용했습니다. 장애시민이 겪는 불평등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정치인이 ‘지하철을 타는 시민’과 ‘방해하는 장애인’이라는 이분법 구도를 프레이밍하여 그의 말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고, 이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종 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서슴없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정’의 파수꾼인 양 행세해 온 이준석 대표는 ‘혐오의 분화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의 SNS와 발언을 받아쓰기에 바쁜 언론은 차별과 갈등, 적대가 공론으로 인정되어 확대 재생산되는 거대한 혐오의 장이 되었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이준석 대표는 ‘혐오를 중단하라’는 여론에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단 하나의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동문서답을 했습니다. 헌법기관인 자당의 국회의원이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연대하고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진심 어린 사과를 표했지만, 그는 그것마저 ‘개인 자격으로 한 행동’이라며 일축했고 장애시민들의 시위에 대해 ‘비문명적’이라며 낙인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상일 뿐입니다. 멀리서 찾지 않습니다. 그의 장애비하 발언은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최근 그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예지 의원의 의정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런 분들은 장애인 카테고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한 말에는 이미 그의 모든 장애관, 정치관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애초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동할 권리,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장애인이 집단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닌 ‘동일한 시민’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장애인 카테고리’에 속한 이들을 ‘열등한 존재’,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번 ‘이준석 사태’를 불러온 배경에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진정 자유로운지 묻습니다. 이번에 이준석 대표에게 지목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광화문 역사 안에서 1,842일 동안 줄곧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거주시설 정책 폐지를 요구해 온 단체입니다. 이 모두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것이었으며 특히,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는 대통령의 ‘국민명령 1호’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지금까지 이 정책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있습니까? 장애시민들을 수년 동안 지하철로,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하여 장애시민의 삶은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2008년 비준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정도는, OECD 평균 3분의 1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산은 얼마나 나아졌습니까?

그동안 혐오의 정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관망 이외 무엇을 하였습니까? 압도적인 의석수에도 이런 혐오의 정치가 공당과 언론에서 횡행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함에도, 시민 10만 명의 청원이 쏟아졌음에도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 뒤에 숨어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 시점인 2024년 5월까지 법인 심사 자체를 연기한 것은 누구입니까?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다 상대 당 대표를 비판하니 그제서야 나타나는 것입니까? 장애시민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 현장에 가서 가장 먼저 책임 있는 사과를 해야 하는 집단은 누구라고 보십니까?

시위를 하는 장애시민들은 이번에도 ‘법’의 이름으로 처벌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안전한 이동, 동등한 교육,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는 ‘법’을 지키지 않아 온 국가의 위정자들은 이번에도 그 어떤 처벌을 피해갈 것입니다. 만일 우리 사회에 ‘문명’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은 아침마다 서울의 지하철 시위에서 만나는 장애시민들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각국 장애시민들의 투쟁의 역사만 보더라도 이들의 시위는 새로운 문명의 조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비문명적인 행태를 보이며 그나마의 문명을 헤치고 있는 것은 이준석 대표 본인입니다.

우리는 장애시민들의 위험천만한 지하철 탑승 시위가 하루 속히 종료되길 바랍니다. 그들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합니다. 우리는 현재의 ‘이준석 사태’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과 만연한 혐오의 마침표가 되길 희망합니다. 부디 장애시민들의 매우 오래된 이야기를 활용하거나 매도하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책임을 다 해주기 바랍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과 임기 내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 예산 확보를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발표해 주십시오.

둘,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셋, ‘통합’을 외치면서도 공공연하게 적대와 혐오, 배제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무조건적으로 사퇴하십시오.

2022. 3. 29.

장애시민들의 권리운동을 지지하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대학원생 모임 69명

(가나다 순)

강은자, 강한별, 고혜선, 고효준, 김나영, 김대엽, 김두래, 김성심, 김성희, 김소연, 김수현, 김영돈, 김영선, 김영희, 김은실, 김진석, 김해정, 도여옥, 도 연, 문진영, 박관찬, 박선희, 박연희, 박영하, 박은진, 박하나, 박혜지, 서종근, 송가영, 송민섭, 송정문, 신재인, 안수희, 양영희, 오수진, 윤영주, 윤주열, 이다원, 이미경, 이상충, 이세형, 이소영, 이수민, 이숙희, 이연진, 이예린, 이은영, 이은정, 이정미, 이형일, 이혜선, 장성은, 전근배, 전인선, 정연옥, 정용민, 정재교, 조문순, 조민제, 조연희, 차미경, 채경미, 채 민, 최국화, 최지혜, 최현진, 최혜진, 하은지, 황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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