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의 구호 활동 "우리의 행동이 도움 됐을까요?"
재난 현장의 구호 활동 "우리의 행동이 도움 됐을까요?"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2.04.13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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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산불 피해 현장을 다녀온 부모님들과 평가회 자리를 가졌다.

참여했던 가족들의 2/3가 참석한 평가회 자리의 엄마들은 망설임 없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우리의 활동이 어떠했다는 평가보다는 우리가 어떤 도움이 된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앞으로 어떤 학습과 활동을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다.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 싫지 않을까요?”

저라면 싫을 거 같아요. 내 두려움과 어려움을 어렵게 이야기 한 사람이 다음날 없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전 도와주러 온 사람을 만나지 않을거 같아요.

엄마들의 활동을 위한 조도 2박 3일씩, 2인 1조였고, 살펴보니 담당 공무원과 지원하러 온 상담 선생님들도 계속 바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동해지역사회의 사회복지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일시적인 물품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하고 있었을까? 재난의 경험이 삶에 큰 상처와 아픔으로 흔적을 남기는 과정에 지역사회의 사회 복지 인프라들은 어디로 가고, 모두 외지인이 모여, 대응하고 있는 걸까?

나 또한 속으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아마 여력이 없었을 거라고, 다녀갔지만, 만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나도 확신할 수 없다.

4월 15일 이후로 국민임대주택 혹은 임시 컨테이너 하우스에 들어가게 된다는 산불피해 지역주민들의 이후의 삶은 누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인지가 무척 궁금하다. 재난은 생각보다 오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삶을 오래도록 힘겹게 하기에, 마음에 걸린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외롭지 않을까요?”

세월호 참사 때에는 체육관에 모두 이부자리만 깔아 함께 했다.
밤낮의 구분없이 내 아이의 이야기를 다른 부모에게 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알고 보니 아이의 절친이기도 했고, 나중에 부모가 더 친해진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부대껴 위로하는 시간이 힘이었다. 동해에 갔더니 각자 마련된 임시거처로 돌아가고 이따금 임시사랑방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을 보며, 혹여 외롭지 않을까 염려했다. 담당 전문가에게 자산을 잃은 재해 경험과 생명을 잃은 재해 경험이 다를 수 있음을 설명을 들었지만, 내내 마음 걸려 했다. 혼자 남겨지는 일, 혹여 내 아이가 끝까지 돌아오지 않아 체육관에 혼자 남을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엄마들이 모두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재난이 수습되었다고, 끝났다고 선언하고 돌아간 자리에 남게될 그 어르신들이, 주민들이 엄마들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행동이 도움이 되었을까요?”

엄마들은 2박 3일동안 도시락을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면서, 마사지를 해드렸다. 큰 불이 어디까지 번졌는지, 그래서 내 집은 어떻게 타버렸는지를 두려운 눈빛으로 이야기 했다고 한다. 함께 활동을 제안했던 더프라미스의 김동훈 대표는 피해자들의 대화에 엄마들은 놀라울 정도로 집중도를 보였다고 한다. 한마디를 놓칠세라 듣는 진지한 눈빛이었고,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혹여 2014년의 재난 경험이 살아나 힘드시지 않을까 우려 했는데, 생각보다 잘 감당하셨다고 한다. 자원봉사자와 재난전문가 사이,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엄마들은 안다.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애가 타는 일인지. 그 진지함은 그렇게 동병상련의 마음이 발현된 것이다.

앞으로도 다른 현장에서 엄마들은 재난 피해자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재난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망설임 없이 갈 것이라는 다짐을 나누며, 마무리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재난 복구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 ‘눈에 보이지 않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구호 물품을 전달한 이후의 삶은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라는 인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생을 살리는 것, 삶을 살게 할 힘을 갖게 하는 것’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할 수는 없을까? 엄마들이 던진 질문들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내게 숙제를 남긴 엄마들이 가슴 미어질 4월 16일이 곧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