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醬)맛을 구별하는 방법
장(醬)맛을 구별하는 방법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4.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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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된장이나 간장의 맛을 알아보기 위해서 항아리를 들고 벌컥대는 사람은 없다. 장맛은 혀끝에 몇 방울을 묻혀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말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평생을 부딪치며 살아보아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옷매무새나 말하는 내용 또는 자세만 보아도 그 사람의 품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현직에 있을 때, 신입직원 면접을 볼 때가 간혹 있었다. 대부분 중간간부들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결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내가 최종면접을 보기도 했다. 면접시간은 길지 않았다. 면접장에 들어오는 품새와 인사하는 태도 그리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때의 행동거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여러 해 동안 많은 직원을 그렇게 선발했지만, 잘못 뽑아서 힘든 적은 없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국화에서 천국을 본다’고 말했다. 장맛을 구별할 때, 몇 방울만 혀끝에 묻혀보면 알 수 있다는 선현의 지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치다. 물론 ‘과잉 일반화’의 우려는 있다. 사건의 일부나 자신의 부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말한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가려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적용 가능한 지혜라고 할 만하다. 바닷물을 다 마셔봐야 바닷물이 짠지 어떤지를 알 수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 특정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이 많다. 차량들의 통행이 빈번한 거리의 모퉁이에서 자신의 이름 판을 들고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멀쩡한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한 직급 높아 보이는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들이대는 사람들도 있다. 지방정부의 의원이나 단체장에 나서는 인물이 내놓는 공약이라고 보기에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푼수들도 가끔 눈에 보인다. 가관인 것은, 지방선거에 나서는 자들이 천국이라도 만들것처럼 기염을 토하는 장면이다. 더 웃기는 것은, 특정인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자신을 알리는 ‘쫄따구 아바타’들이다.

이런 인물들이 많다보니 적임자를 분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일일이 만나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때는 우리 조상들이 전수해 준 ‘장맛 구별법’을 동원하면 제격이다. 먼저 후보자가 소속된 정당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의 대강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그가 내세운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됨됨이를 훨씬 수월하게 구별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다른 후보를 씹어대는 자는 무조건 빵점이다. 네 번째는 유력인사의 사진을 앞세우는 ‘똘마니’들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제쳐두면 틀림없다. 장맛이나 사람 맛이나 통째로 들이켜야 아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