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옥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가이드 김근우입니다"
“저는 한옥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가이드 김근우입니다"
  • 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 승인 2022.05.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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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호 발달장애인 관광가이드 김근우씨,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만나다

 

“저는 한옥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가이드 김근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관광가이드 김근우 씨가 ‘느린 남산골 한옥마을’ 투어에 앞서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1시간 30분 소요되는 남산골 한옥마을 투어의 이름에는 ‘느린’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김근우 씨가 ‘관광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게 되기까지 오랜시간 천천히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배운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관광객들에게 기억한 것을 설명하기까지 조금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여유롭게 주변도 살펴보고 함께 투어하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김근우 씨는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에서 안내도를 살피며 설명을 시작합니다.

“여러분, 한옥이 뭔지 아시나요? 우리 조상님들이 살았던 옛 집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남산골 한옥마을을 소개해드리기 위해 지난 다섯 달 동안 구립동대문장애인복지관 에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남산골 한옥마을 투어와 함께 한복체험도 할 예정입니다. 우리 다 같이 그 시대의 양반이 되어 ‘이리 오너라’를 외치고 출발해보겠습니다. 이리 오너라!”

관광객들이 김근우 씨의 말에 따라 “이리 오너라!”외칩니다.

해풍부원군 윤택열 재실을 시작으로 관훈동 민씨 가옥까지 막힘없이 설명을 이어가는 김근우씨 덕에 관광객들은 선조들의 삶을 재조명해봅니다.

“여러분들이 서 계신 곳이 어딘가요? 남산입니다. 남산은 예로부터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했어요. 조선시대 양반들은 남산골에 집을 지어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어때요? 남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시나요? 이곳 남산골 한옥마을은 서울 여기저기 흩어진 한옥들을 한 곳에 옮겨 심고 그 주변을 한국 전통 정원으로 꾸민 마을이에요. 우리 한옥은 못을 사용하지 않는 집이라서 다른 곳에 옮기는 것이 가능했어요, 마치 레고처럼요.”

“여러분, 만약 여러분에게 집이 없다면 살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오늘 만나볼 한옥들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거예요. 조선시대에는 유교라는 사상을 중요시했어요. 우상숭배, 남녀유별, 장유유서 같은 거 말이에요.”

김근우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옥마을을 살펴보는 1시간 30분이 관광객들에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어렸을 적 역사책에서 배운 내용도 조금씩 기억나고, 어색하기만 했던 한복을 입고 거닐어 보니 좋은 추억하나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가이드 분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혹시나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답변을 잘 해주실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답변도 너무 잘 해주시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김근우 씨는 지난 해 발달장애인 관광가이드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종합실기 테스트까지 통과하여 현재 남산골 한옥마을의 가이드가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관광가이드 양성과정은 2020년부터 구립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여행기획사 가이드쿱, 진로교육 전문기업 꿈앤컴퍼니가 협업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창덕궁 관광가이드 양성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1호 관광가이드 김주희 씨가 탄생했고, 2021에는 남산골한옥마을 가이드 양성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2호 관광가이드 김근우 씨가 탄생했습니다.

 

김근우씨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이드 양성교육 과정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여행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누군가가 어떤 여행지에 대해 설명해줄 때 그 여행지가 더 재밌게 느껴져서 나도 다른 사람들이 여행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주어진 대본에 따라 먼저 외우는게 필요한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교육과정에 함께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다보니 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이 일을 계속 하다보면 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투어 실습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다면요?

교육장 내에서만 있다가 처음 남산골 한옥마을에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실내에서 연습할 때는 자신 있었는데 야외로 나가 실전처럼 해보니 굉장히 떨렸어요. 그래도 실제 한옥을 보며 배운 것을 이야기하다보니 이야기가 더 잘 이해도 되고 가이드가 된 것 같았어요.

앞으로 어떤 가이드가 되고 싶으세요?

재밌는 가이드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드리는 가이드가 되고 싶 어요.

느린 남산골 한옥마을 투어는 지난 4월부터 여행기획사 가이드쿱 홈페이지(https://koreaguidecoop.com/)에 접속하여 서울지역 프로그램에서 신청할 수 있다. 

투어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이며 (6월~8월에는 오전 10시), '한복체험'과 ‘전통놀이체험’이 포함되어 있다. 

투어 수익금은 모두 발달장애인 가이드의 안정적인 직업창출을 위한 급여를 지급하는 데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