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분노의 계절 5월
신록의 계절, 분노의 계절 5월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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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사회정책학 박사)
김형식 (사회정책학 박사)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느새 신록의 계절 5월이군요. 그렇지요 우리는 항상 ‘5월은 신록의 계절’이라고 아름답게, 싱그럽게 기억하는데 불행히도 우리의 주변은 결코 싱그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주저하면서 “분노의 계절”이라는 제목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행여 성격이 전혀 다른 ‘분노’와 복수, 증오와는 혼돈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분노’를 생각하면 저는 예수의 분노가 생각납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환전하고 제사 지낼 생물을 팔아 치부를 하던 상인들에게 분노하며 채찍을 내리치던 예수의 모습을...

 ‘분노’는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는, 변해야 한다는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군요. 여러분들은 장애인 혹은 그 가족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분노할 일이 있었나요? 물론 분노할 일이 없었다면 참 다행입니다.

아마도 2013년경인가 ‘도가니’라는 소설과 함께 영화도 만들어져 한 때 장애계는 물론 온 사회가 떠들 석 한 적이 있었습니다. 광주의 한 장애시설에서 장애 아동들에 대한 성추행과 성 학대에 폭로와 고발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 자체가 분노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만, 저를 더 분노하게 만든 것은 장애에 별관심이 없는 일반대중은 제처 놓고라도 소위 장애인 전문가들, 그 많은 장애인 복지관, 장애학을 가르치는 재활학과와 사회복지학과들... ‘도가니’사태에 대하여 분노하거나 공개적으로 성토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들 무관심하며, 침묵하고 외면하며 분노하지 않는 것입니까?

바로 요즘에는 어떤가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를 하다가 벌금형을 당하는 나라... 저를 분노하게 한 것은 지난 3월경 00신문이 보도한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의 사례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아는 내용입니다만, 서울시민의 교통을 책임진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한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그렇게 피나는 투쟁을 하는데 누가 그들을 응원하나요?“

일반시민 가운데 의식 있는 사람들은 여러 지지 의사를 피력합니다만, 장애계는 어떤가요? 그 힘쎈 장애인 단체들은 왜 침묵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홀로 투쟁하게 하나요? 마치 우리의 일이 아닌 것처럼, 너무 무심한 것 아닌가요? 좀 배웠다는 사람, 정치인 중에는 ‘최대 다수인 시민들을 볼모로 삼아 장애인들이 시위를 한다.’고 개탄하는데, 말 좀 해봅시다.

영국의 철학자 제르미 벤샴의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하나님 말씀보다 더 중요한가요? 이 세상이 최대 다수만을 위해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최대 소수, 약자의 권리’도 보호, 보장하는 것이 문명사회의 첫 발이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힘없는 사람들과, 소수자에게 너무 각박한 것이 분명하지요?

‘시위하는 장애인은 벌레다’라는 문귀를 본적이 있는데, 여러분에게 묻고 싶어요. “여러분은 당당한 시민 아니고 벌레입니까?” 그래도 분노하지 않습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여러분은 꿈틀하지도 않나요? 솔직히 저는 오늘 여러분들을 격하게 만들어서 선동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화를 내어야 할 때에는 화를 내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늘 이야기 하는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떳떳한 시민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접근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어디에서 보았는가.”

- 미국 장애인 인권 활동가 주디스 휴먼. 의 “자서전 ‘나는, 휴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