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어머니를 추모하며 다시 머리를 밀어낸다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어머니를 추모하며 다시 머리를 밀어낸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5.2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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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40대 엄마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자가 사망했다. 매년 수차례 벌어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이 서울에서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 서울시 발달장애인 지역내 24시간 지원체계’가 구축돼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은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이후만 살펴보더라도, 2020년 4월 성동구에서는 한 어머니가 4개월 된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했으며, 방배동에서 같이 살던 어머니가 숨지자 길거리에 서 7개월간 노숙생활을 한 발달장애인이 있었다. 8월 중랑구, 9월 양천구, 10월 강남구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추락사했고, 12월 동대문에서는 10대 발달장애인이 혼자 집에 있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21년 2월 서대문에서 한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4월 강남구에서 한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성동구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을 부모와 가족에게 미루고 국가와 지자체가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 발달장애인 중 약 80%가 일정 정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며, 심지어 41%는 ‘대부분 혹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2016년 서울시청 앞에서 42일간의 농성과 26명이 삭발을 하며 발달장애 정책수립을 위한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발달장애 정책협의를 통해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설치되고 자산형성 사업과 지원주택을 통한 주거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권익옹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피 플퍼스트센터를 설치하는 등 16년 서울시 투쟁을 통해 서울시 발달장애 정책의 근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거주하는 3만4천여명의 발달장애인 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그 정책과 서비스가 턱없이 모자라서 아직도 부모와 가족에게 대부분 지원의 책임이 지워지고 있다. 우리는 다른 비장애인 시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다가 이번처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때만 언론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서울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나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이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의 발달장애 자녀들이 지역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투쟁을 했지 만 아직도 우리의 권리는 자라지 않았다. 이에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서울에서 발달장애인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울시 발달장애인 지역내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서울시에 요구한다. 우리는 평생을 상처받으면서 내일을 살아갈 희망조차 없 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을 거부한다. 발달장애 자식과 함께 목숨을 버리 지 않고, 부모가 없이도 발달장애 자식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울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은 우리의 ‘욕심’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서울시 시민으로서 평범한 이웃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다.

우리는 지난 4월19일 청와대 앞에서 556명의 부모, 당사자 동지들과 함께 잘라내어 이 제 겨우 까슬하게 자란 머리카락을 다시 밀어낸다. 우리의 권리가 우리의 투쟁만큼 자라지 못함을 똑똑히 기억하고 보다 더 강력하고 질긴 싸움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지역에 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 갈 것을 다시 선포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재가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자치구당 10호씩 우선 공급 및 주거서비스 구축
2. 서울형 도전적 행동 지원 체계 구축
3. 발달장애인 일자리 지원 및 권익옹호 지원 확대
4.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24시간 지원체계 보장을 위한 주간활동 지원, 평생교육 지원체 계 구축 및 지원 강화
5. 발달장애인 돌봄 지원 및 가족 지원 확대
6. 발달장애 전담부서 설치

장애로 인한 세상의 비정함을 채 알기도 전에 엄마의 손에 이끌려 삶을 빼앗긴 겨우 6살의 여린 생명이었던 발달장애인 , 그리고 지원의 부담으로 자녀의 손을 잡고 극단적 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어머니, 이 두 분의 명복을 빈다.

2022년 5월 25일

서울장애인부모연대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