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5.2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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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회장 윤종술)는 5월 26일 오전 11시에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개최하며, 추모제 종료 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공동으로 26일 오후 1시부터 6월 2일까지 일주일간 삼각지역(4호선, 동대문역 방향) 1-1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여성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모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두 사람은 모두 숨을 거뒀습니다. 또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 대장암을 진단받은 60대 어머니가 30대 중증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매년 수차례 벌어지고 있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이 어제 또다시 반복된 것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6살 자녀와 이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모자, 평생 자신을 지원하던 어머니에 의해 살해된 30대 중증장애인, 이분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는커녕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은 이렇게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2건의 사건처럼 지원의 부담으로 가족이 장애인을 살해한 후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은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체 사건은 차치하고 최근 3년간의 사건만 살펴보더라도, 2020년 3월 제주에서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4월 서울에서는 또 다른 어머니가 4개월 된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6월 광주에서는 발달장애자녀와 그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21년 2월과 4월 서울, 5월 충북에서는 지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벌어졌으며, 11월 전남에서는 한 아버지가 발달장애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올해 3월 경기에서는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2건의 사건이 같은 날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비극이 지난 수십 년간 반복돼왔기에, 우리 장애인부모들은 직접 싸우며 발달장애인 지원에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를 하나씩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도 우리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치열한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에는 장애인부모 등 556명이 삭발했으며, 다음 날인 20일부터 장애인부모 네 명이 15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5월 3일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발달장애 영역은 전임 정부에서 진행했던 정책들의 재탕에 불과했으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실질적이고 제도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또 한발 늦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죽음을 막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범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 희망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인수위부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습니다. 한발 늦어 또다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죽음을 선택했지만, 이번 비극적인 사건을 끝으로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의 책임을 촉구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는 그 원인은 분명하기에, 이러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진행하고,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를 설치한 후 이날부터 일주일간 추모기간을 가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