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에 의해 이승의 삶을 마친 여수 60대 발달장애인의 삶을 추모하며
폭행에 의해 이승의 삶을 마친 여수 60대 발달장애인의 삶을 추모하며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06.0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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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가 힘든 삶, 그리고 폭행에 의한 발달장애인의 죽음

5월 17일, 사망신고가 접수된 전남 여수에 사는 60대 여성. 폭행의 흔적이 있다는 장례식장 직원의 의심으로부터 시작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수사에 의하면  담배를 자주 피운다는 이유로 30대 조카와 말다툼이 있었고, 이어진 폭행, 폭행에 의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발달장애인 사망사건, 이 반복되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사망사건들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그 가족에 의해 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참혹한 현실.

며칠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6살 자녀를 데리고 이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이 어머니가 죽음을 결정하기까지의 고통은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법이 만들어지고 몇 년이 흘렀어도, 전혀 작동되지 않는 국가의 지원시스템.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고,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라는 생각에 머물면 이렇게 삶보다는 죽음이라는 절망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의 사건만 살펴보더라도, 2020년 3월 제주에서 한 어머니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4월 서울에서는 또 다른 어머니가 4개월 된 발달장애 자녀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고, 6월 광주에서는 발달장애자녀와 그 어머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1년 2월과 4월 서울, 5월 충북에서는 지원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벌어졌으며, 11월 전남에서는 한 아버지가 발달장애자녀와 노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3월 경기에서는 부모가 발달장애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2건의 사건이 같은 날 벌어졌다. 그리고 6살 아이와 엄마의 동반자살사건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부모가 자식보다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세상이 아닌 발달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국가, 그런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

부모의 나이듦이 두려운 건 발달장애 자녀의 이후 삶이 걱정되는 것이고, 그 걱정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으니 이토록 아픈 여러 가지 비극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이제까지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민이라고는 없는 말 뿐인 복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니 가족이 이 무거운 삶을 오롯이 책임지는 현실이다.

신안염전 사건에서부터 장애인 동생을 죽이고 함께 죽은 누나, 나주의 시설이용자 사망사건, 그리고 이번 여수의 폭행에 의한 60세 지적장애인 사망사건 등. 이렇게 수시로 일어나는 사건이 있음에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지원체계는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볼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남지부는 2022년에도 발달장애인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치열한 투쟁을 진행했다. 4월 19일에는 장애인부모 등 556명이 삭발을 했으며, 15일간의 단식투쟁을 진행하였다. 투쟁을 통해 우리의 간절함을 호소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요구와 우리의 투쟁은 여기에 멈출 수 없기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남지부는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막기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전라남도에 요구한다.

첫째,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전라남도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수립하라.

둘째,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수립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즉각 설치하라!

살아온 삶이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삶을 살아 온 여수의 지적장애인. 그리고 어리디 어린 6살 발달장애인 모자와 30대 중증장애인. 이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6월 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남지부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