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자쉼터 운영 변화 필요해"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자쉼터 운영 변화 필요해"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2.06.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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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와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가정폭력피해자쉼터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 개최

 

한국여성의전화와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은 '가정폭력피해자쉼터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를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가정폭력피해자쉼터 오래뜰 개소 35주년을 맞이해 열린 이번 토론회는 기존 쉼터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고 입소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할 수 있는 쉼터의 모습과 관련 정책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마련했다.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해 진행한 이날 토론회에는 약 160여 명의 여성폭력 관련 시설 종사자와 전문가 및 해당 현안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민이 함께 자리하여 열띤 분위기를 자아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신상희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쉼터 오래뜰 시설장은 여성주의 쉼터 모델 개발을 위한 4차례의 TF회의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쉼터의 의미와 역할을 짚고, 해외 사례를 들어 쉼터가 나아갈 방향과 정책을 제안했다. 

신 시설장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쉼터의 경우 피해자 신변보호와 쉼터 위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핸드폰 사용 제한 등의 운영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사용 제한 등은 자립 준비를 위한 경제활동 참여 등을 방해하는 요소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위치 노출이 되지 않도록 기술개발과 통신사 등에 협조를 구해 위치추적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1인 1실의 개인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이 개선되어야 할 것과 피해 유형의 다양화와 피해자 욕구에 맞는 다양한 쉼터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인숙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쉼터 바램 시설장은 현장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과 정부 지원의 한계 및 맹점을 짚고 대안을 논의했다. 

김 시설장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지역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현장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실질적인 어려움들을 제시했다. 

우선 주거 시설과 관련하여 현재 쉼터의 설치기준이 낮아 입소자들의 사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안정된 생활을 꾸리기 어려우며,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가정폭력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급 대상과 비수급 대상을 나누어 차등 지원하는 현 체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각 지원에 대한 충분한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 모든 정책을 통합적이며 효율적으로 수립해나가기 위해 성평등 관점의 전담 부서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점과 안정적인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피해자 지원예산을 양성평등기금에서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점을 제언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앞선 발제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면서 이를 다양한 관점으로 확장해나갔다.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의 백옥선 대표는 지역에 있는 쉼터가 놓인 각기 다른 환경과 운영방침을 소개하면서 해당 쉼터가 놓인 고유의 특성을 고려한 변화 방향을 제안했다. 

이어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쉼터 열림터 조은희 시설장은 성폭력피해자 쉼터의 특성과 현안을 공유했고, 여성지원시설전국협의회 조정혜 대표는 성매매(성착취)피해자 보호시설의 현 상황을 공유했다. 

성폭력이나 성매매와 같은 폭력 유형에 따라 각 쉼터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고유의 문제를 마주하는지, 동시에 여성폭력이라는 점에서 공통으로 공유하는 지점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같은 가정폭력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양상과 지원 형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점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가 적절히 지적했다. 그는 이주여성쉼터가 직면한 고유의 문제와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이주여성의 존재와 이들이 놓인 특수한 여건을 간과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입장에서의 의견이 제시됐다. 

여성가족부 권익보호과 김경희 과장은 정부의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정책방향와 관련하여 향후 과제를 해결해 나갈 의지를 다졌고,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김수진 계장은 경찰의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체계와 쉼터에 대한 현장 경찰관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효정 부연구위원은 주요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가정폭력피해자 지원체계 및 대응 방향과 우리나라 가정폭력피해자 지원서비스 실적을 비교 및 분석하면서 향후 쉼터가 지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