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6.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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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지방선거가 국힘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완패했다. 간신히 경기도지사를 건졌지만 그야말로 신승이었다.

민주당의 완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도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 제대로 정신을 추스르지도 못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기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공천과정의 불협화음은 열렬한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호남지역의 저조한 투표율은 사실상 민주당에 대한 탄핵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민주당은 비 호감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들까지도 민주당이라는 간판 때문에 낙선하는 참담한 선거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의 패인을 두고 말들이 거칠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가 이재명 책임론이다. 국회의원 서너명의 풍설을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받아쓰기 시작하면서 볼륨이 커졌다.

내용인즉슨, 이재명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때문에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으니 조금 더 조용하게 지냈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등판했다는 논리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한 주장인데, 사실은 이재명의 출마를 민주당이 권유했고, 출마하지 않으면 선거가 더 불리해진다고 민주당이 읍소했다. 그래놓고는 선거결과가 좋지 않으니 이재명 책임론을 들먹이고 있다. 사리에 한참 어긋나는 궤변이다.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다. 정치인들이 언행으로 입증하는 말이기도 한데,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이다. 우리 정치는 희생양을 만드는 일에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한 사람만 뚜드려 잡으면 만사해결인 것처럼 덤비는 일이 잦다. 나라 전체를 뒤뚱거리게 만든 대형사고들의 수습과정에서도 합리적인 조사나 사고의 발생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규명은 항상 뒷전이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찾아내려고 눈에 불을 켠다. 대부분의 사건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물론 사람이 잘못인 때도 있지만, 제도나 시스템의 오작동 그리고 상황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번 민주당의 선거참패는 특정인의 잘못이 아니다. 민주당의 잘못이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지리멸렬이 가장 큰 패인이다. 그들의 역할미흡이 완패로 불거졌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정치적 메시지도 일관되지 못했고, 선거를 지휘하는 지도부의 순발력도 푸석푸석했다. 내부총질도 빈발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국힘당을 지지할 수 있느냐면서 국민을 원망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마이크 몇 번 잡은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투의 안이한 자세라면 앞날도 기약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내 탓’을 먼저 생각하고, 이 시국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