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시대, 함께 누림
유니버설 디자인시대, 함께 누림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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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교육운영팀장)
박동수(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교육운영팀장)

저는 얼마 전 아기와 함께 팔달산 벚꽃구경을 갔습니다. 팔달산 벚꽃 구경을 갔었던 사람들은 보행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알 것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유모차를 밀다가 보행로 폭이 너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자동차 도로로 이동하여 유모차를 밀었습니다. 다행히 벚꽃 구경 기간에 도로는 차량이 통제되어 유모차를 밀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옆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유모차를 왜 끄냐?”, “아이를 안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등 많은 참견을 하셨습니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왜 저리 뒤에서 수군대는지... 화가 났지만, 가족들의 기분 좋은 외출을 망치고 싶지 않아 화를 참았습니다. 그 후 동네 식당에 가려는데 보행로에 가로수가 있었고 폭이 좁아서 유모차를 옆 화단의 회양목에 쓸려가며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얼마나 힘들까?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왜 이렇게 도로를 만들었지? 2003년 장애등록을 했지만 휠체어를 타지 않아 유모차 운전자가 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장애인복지 분야 종사자로서 장애인들과 상담을 하며 수없이 “힘드시겠어요? 이해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유모차를 밀어 보고나니 장애인들의 보행이 힘들다는 것을 “아! 이제 이해가 가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진정으로 장애인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구나...’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지거나 다쳐서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밀기 전까지는 장애인을 이해한다고 말은 하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장애인복지의 발전을 보며 2003년과 비교하여 장애인식 개선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건물을 보면 장애인 편의시설이 안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에 건물주나 시공, 설계, 감리 등을 하시는 분이 휠체어를 타보았거나 유모차 등을 밀어보았다면 현재의 건물보다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훨씬 좋아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접목해서 보행로 폭을 늘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내가 좀 참자’ 하면서 몇 십 년이 흘러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면 안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포함하는 도시계획을 하여 모두가 편한 도시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요구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누군가는 장애인 이동과 관련하여 중장기 계획이 있으니 계속 기다리라고 합니다.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은 이동 등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이용이 가능한 도시를 만든다면 이러한 노력이 모든 국민에게 득이 될 것입니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도 유니버설 디자인 기본 조례를 2013년 제정하여 5년마다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며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환경 조성·관리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보급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 설치 및 인증마크 교부사업 및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전문가 육성,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시, 컨설팅 등을 진행 할 예정입니다. 도 내 김포시 등 11곳은 80% 이상이 비도시 지역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도시계획 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다면 개선공사를 할 필요가 없기에 예산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누림센터는 2022년 7월 8일 유니버설 디자인 시대, 함께 누림이라는 주제로 누림 아카데미를 진행합니다. 강사로는 한려해상공원 외도, 제주 에코랜드, 가평 쁘띠프랑스, 거제도 애광원 등을 설계 감리하신 강병근 교수님을 모시고 보편적인 삶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도시는 ‘장애인 건축’을 넘어서 ‘무장애 건축’, ‘무장애 도시’를 지향해야 합니다.

무장애 도시가 실현되면 장애가 있어도 장애를 느끼지 않으며 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런 세상이 오면 장애는 더는 장애가 아니라 하나의 개성이 될 것입니다.

불편함 없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유모차를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게 해 준 모든 활동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