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예산제도 도입 논의 - ②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
개인예산제도 도입 논의 - ②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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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
송남영(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송남영(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국정과제 47>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 없는 사회 실현, 장애인 대상 복지서비스 간의 칸막이를 제거하여 당사자의 선택권 보장을 강화하는 새로운 지원체계인 개인 예산제를 도입하겠다.

지난 칼럼에서는 개인예산제도 도입의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제도도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다. 2015년 영국의 Peronal Burget과 미국 미네소타주의 CDCS(Consumer Directed Community Support) 탐방 연수 때 살펴보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철학과 원칙을 공유해야 한다.
개인예산제도는 서비스 유연화, 사람 중심, 이용자 중심, 통합 등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정부는 CDCS 지역사회 중심 지원 원칙으로 실행되도록 설계했다. 소비자(제도 이용자), 서비스 제공기관, 지역사회, 정부는 원칙이행을 담보해줄 수 있는 모두가 동의하는 정보 및 증거 기반 접근, 긍정적 지원, 강점중심 지원, 사람중심계획 지원 등을 철학적 기반으로 검토하고 논의했다. 철학적 기반 검토는 CDCS 운영을 위한 규정, 수행절차, 절차별 내용, 제도 운영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관, 정부 모두에게 원칙을 세우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미네소타주의 제도 시행을 단순 행정 집행 차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철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유함으로써 CDCS의 원칙과 취지를 구현하는데 기여했다.

공유된 철학적 기반 하에 제도 시행 준비 및 시행과정에서 제도 이용자인 개인, 제도 이용을 지원하는 기관, 정부 모두를 대상으로 제도 이용 및 지원을 위한 변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여러 상황과 환경 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정보제공, 도구 개발 등이 이뤄졌으며, 서비스기관 차원에서는 변화된 정책에 따라 기관운영 시스템 변화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인력채용 지원, 교육 제공, 필요한 재정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정부 차원의 변화를 위해 제도 운영에 필요한 각종 실행에 필요한 규칙과 지침 제정, 제도 운영을 위한 시스템(상담, 정보제공 등) 구축, 품질관리를 위한 평가체계 정비 등이 추진되었다. 제도 시행 전 제도 참여주체들의 변화를 위한 전략수립과 시행은 제도가 새롭게 시행될 때 다양한 주체들이 관여하게 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참여 주체별 역할과 기능 등에 있어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혼란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해관계자별 변화 전략을 채택하고 준비했다.

둘째, 정부의 제도 도입을 위한 면밀한 검토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서비스에 대한 포괄적 신청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개별 서비스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주로 획일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현금급여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별 서비스기관에서는 서비스 적격성을 심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 사정 기능은 부재하다. 따라서 개인예산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자치단체(혹은 공적기관 포함, 사적기관인 경우 법적으로 기능을 위임받은 기관)에서 일차적인 사정 기능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현물서비스에 대한 현금 환산 기능을 갖추어야 하며, 현물서비스를 원하는 경우 이를 연계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 우리나라는 현물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3년마다 이루어지는 기관평가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개인예산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물서비스에 대한 질적 평가뿐만 아니라 현금사용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도시행 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실제 영국의 경우, 민간기관인 인컨트롤(In-Control)은 우선 3개 지방정부와 협상하여 3년간의 데이터를 축적, 제도의 효과성(만족도)과 경제성(더욱 적은 비용)을 입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인컨트롤은 RAS를 통해 서비스를 현금으로 환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개인예산제도의 핵심기제로써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의 입장은 개인예산제도가 필요하지만 복지예산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염려를 함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 영국에서도 정부의 염려가 나타났으나 초기 예산증가의 범위는 10% 안팎으로 크지 않았고, 무분별한 예산사용 역시 매우 미미하게 나타났다. 오히려 사회 전반적으로 비용대비 효과성 부분에서 긍정적 결과들이 도출되고, 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제시된 것이다.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에서 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사회적 거부감을 반감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제도시행 전 선험국 사례를 살펴보고 각국의 제도 이용대상, 서비스 범주, 용도와 용처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세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처 간 칸막이가 매우 강하게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칸막이 제거가 큰 제약조건일 것이다. 한국의 상황을 너무 고려한다면 개인예산제도의 도입목적,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민간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관 주도로 제도가 마련되고 시행되었다면 영국의 개인예산제도는 민간단체의 기여가 큰 제도라 할 수 있다. 민간단체의 활동을 살펴보면 IN-CONTROL은 직원이 4명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전문가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도도입에 필요한 연구와 시스템 개발을 주도하여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 도 발달장애인들과 가족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개인사정 등에 필요한 도구와 쉬운 버전의 제도 소개 책자를 통해 제도 운영과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MENCAP의 경우, 70년의 역사를 통해 전국적인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기관, 지원기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MENCAP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인 당사자 권리옹호 활동 지원(옹호자 양성, 당사자 단체 활동 지원) 관련 정보 제공, 제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BILD는 발달장애인 관련 각종 기초 연구와 실행 연구를 토대로 권익옹호 관련 다양한 모델 제시 및 시행을 위한 지원과 교육, 발달장애인 지원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커리큘럼 등을 전개했다. 이처럼 개인예산제도의 준비, 실행 과정 전체에서 민간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에도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당사자단체, 부모단체, 권익옹호 단체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예산제도의 도입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개인예산제도는 문화적 혁신이라 불릴 정도로 대대적인 복지 체계의 개편을 불러올 것이다. 이 제도들은 장애인의 선택과 통제권, 자기결정권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시민으로서의 동등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에 대한 정확한 소개와 논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 모형개발, 제도 운영에 필요한 제도 정비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