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동네에 혐오시설이 들어와요?
왜, 우리 동네에 혐오시설이 들어와요?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4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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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복지동행경영연구소 대표)
이종길(복지동행경영연구소 대표)

사례 1. 개관 준비로 한창인 사무실에 요란하게 전화기가 울린다. 뒷동네 아파트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복지관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나? 도서관은 왜, 좌석 수가 그것밖에 안 되나? 이 복지관은 우리 주민의 돈으로 짓는데 왜, 장애인과 노인이 함께 사용하는 혐오 시설로 만들려고 하느냐?”

사례 2. 정현이는 화가 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아무 데나 드러누워서 엉엉 울기도 하고 난리를 친다. 예의 그 소란이 시작되면 도서관이고 식당이고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대강당의 음악회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리는 듯한 소란장으로 변한다. “아니 누가 저런 아이를 음악회에 데리고 왔어요?” 주간보호센터 인솔교사는 울상이 되어 쩔쩔맨다.

사례 3. 주간보호센터 장애청년들이 주말에 야외 나들이를 가는데 단골 자원봉사자로 함께 하는 할머니는 2년 전 도서관에서 정현이가 소리치며 울 때, “ , 이런 아이들이 도서관에 출입하도록 하느냐며 불평을 하시던 분이다. 그동안 복지관의 도서관. 식당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정현이와 친해지셨다. 정현이와 함께 합창단원으로 열심히 합창연습도 하고 합창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장애인 단원이 실수하면 빙긋이 웃으며 악보도 챙겨주고 옷매무새도 바로잡아주신다.

사례 4. 서예 교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하교 후 붓글씨를 배우러 올 시간이 되면 미리 자리를 정돈하고 아이들이 와서 서예 공부를 하도록 자리를 비켜준다. 개관초기에는 어르신들 외에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하며 서예실은 우리 방이라고 선언하셨던 분들이 이제는 초등학생들에게 서예도 가르치고 함께 어울려서 아름다운 어울림의 장을 만든다.

사례5. 한수 아버지는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한수를 센터에 데려다주고는 당신이 좋아하는 옆방의 서예교실로 직행한다. 오전에는 서예교실 어르신들과 붓글씨를 연습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노래방이나 탁구장에서 운동하다가 현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하신다.

필자는 2011년부터 H 시에서 장애인과 어르신, 청소년, 여성, 외국인, 일반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복지타운에서 일하며 위 사례들을 경험했다. 따로 장애인식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같은 커뮤니티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만나고 어르신과 함께 운동하고 책을 읽으면서 외국인을 만나고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며 통합사회를 이루어간다.

손영채 메소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시끄러운 음악회를 열었다.

발달장애아동이나 ADHD 등 성장기 아동이 경험할 수 있는 음악회를 열어서 음악회는 조용히 감상해야 한다는 전통 관념을 깨트리고 장애아동과 부모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참석하여 정서적 안정감과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기회는 함께하는 자리를 자주 만드는 데서 찾아온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실버타운 건설이 수년째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서 중단되었다가 키즈카페를 갖춘 복합시설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건설에 탄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 어떤 동네에서는 특수학교를 지으려고 할 때 주민들의 반대로 수년간 갈등을 빚은 일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특수학교 안에 마련된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이 차도 마시고 회의도 하며 동네 행사도 하고 학생들의 문화공연도 감상하며 멋지게 어울리는 동네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는 동네 한가운데 복지시설을 건설하면서 특정한 주민만 이용하도록 하는 통합에 역행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역사회에 복지시설을 지을 때 이용대상을 구분하는 것이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바른 방향일까?

지역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모든 지역주민이 지역사회에 있는 시설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지 못할까?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일부러 모여야 하고 만나러 가야하고 세상을 향해 보여주기식 인식개선 캠페인을 펼쳐만 할까...?

장애인음악회, 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장기자랑, 장애인복지관, 장애인특수학교, 장애인어린이집, 장애인...장애인... 이처럼 우리는 장애인만을 위하여 특별히 선심 쓰는 듯한 정책과 행사로 사회와 시민으로부터 더욱 장애인을 격리하고 고립으로 빠뜨리지 않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았으면 한다.

해마다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는 청년과 노인, 남성과 여성, 심지어 계층과 지역을 나누어 득표상황을 분석하고 지역 간, 계층 간, 사회구성원 간 갈등을 조장하고 신문과 방송은 양극단의 호사가들을 초청하여 싸움을 붙이고 시민을 관전자로 초대하여 구경하게 한다.

얼마 안 있으면 우리나라도 외국인이 3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UN은 우리나라가 가장 국수주의적인 나라라고 이미 수년 전에 경고한 바 있다.

미래로 나아가는 글로벌 국가가 되려면 사회통합이 가장 선결문제다. 선진국이란 단지 경제력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얼마나 약자를 보호하고 약자를 지원하는 복지정책, 나와 다른 사람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가를 본다.

미래사회는 지금의 나와 우리가 아닌 우리의 자녀와 그들의 손자들이 살아갈 세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