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유회(亢龍有悔), 책을 읽다가 마주친 사자성어다.
뜻을 헤아려 보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에게는 뉘우칠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여기서 뉘우칠 일은 재앙을 만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어야 할 경고이기도 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주의해야 할 지혜가 담긴 말이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만 높은 지위에 있어도 온갖 위세를 떠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한 줌도 되지 않는 권세로 하늘이라도 찌르려고 덤빈다. 그러나 그 어떤 지위라도 영원무궁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을 하대(下待)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항상 비극적이다.
사례는 많다.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있을 때, 사리의 분별력이 떨어져서 맘대로 살다가 순식간에 밑바닥으로 추락한 인물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렸다. 말 한마디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다가 결국에는 자기 사람이라고 믿었던 인물에 의해서 굴욕적인 최후를 맞은 역사적 사건들은 흔하다. 세계제패의 망상을 품고 이웃나라들을 못살게 굴었던 인물은 지하벙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세계를 자기 발아래 둘 것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결국은 누추한 결말을 맞았다. 온 나라를 마치 제 것인 양 주물럭거리다가 주어진 임기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겸손했지만 왕이 된 이후 그 겸손을 잃어버린 성경의 인물들도 여럿 있다. 굳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다윗과 솔로몬이 그들이다.
다윗이나 솔로몬도 처음에는 신에 대한 믿음과 백성에 대한 겸손으로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르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왕이 된 이후에는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신을 가까이하고, 백성들의 형편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탐하다가 둘 다 말년이 평탄하지 못했다. 모두 처음 마음을 잃어버리고 권력놀이에 빠진 것이 화근이었다. 높은 자리가 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 것이다.
시덥지도 않은 자리에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십 명 정도가 근무하는 기관의 대표가 직원들을 닦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도 초기에는 매우 겸손하고 직원들을 치켜세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자 자기가 무슨 전지전능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위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법인 간부의 아들이었지만, 그의 뒷모습은 초라했다. 대통령이건 법무부장관이건 아니면 다른 자리건 간에 자신의 자리가 가지는 의미와 무게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결국은 모두 항룡유회의 처지가 될 뿐이다.
오만과 방자는 재앙의 빌미가 된다. 지금의 자리가 축복이 되도록 주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