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前任者)를 존중해야 한다
전임자(前任者)를 존중해야 한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8.0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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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당선자가 취임한지 한 달이다.

지방마다 다소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취임 후 한 달 동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단체장이 별로 없다. 아침에 일찍 나와서 동네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단체장이 몇 사람 등장했지만 날씨가 조금 더워지자 그마저도 쑥 들어갔다. 들리는 소리의 대부분은 전임자의 치적이나 흔적을 치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비천한 소식이다. 전임자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공무원들을 좌천시키는 일도 주저치 않는다는 추문도 있다. 왜 신임 단체장들은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려고 기를 쓸까? 사실 그런다고 해서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전임자의 정책을 지우거나 없애려고 객기를 부리기보다는 자신의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천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일이 우선이다. 선거기간동안 자신의 역량을 동원해서 이루겠다고 약속한 크고 작은 정책들을 점검한 후,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구분해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를 지지한 사람이건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건 간에 그가 재임하는 동안 이루어질 일에 대한 기대를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다. 특별히 전임자의 정책과 관련된 공무원들을 불러서 그간의 수고를 칭찬하고 따뜻하게 위로하면서 앞으로의 협력과 역할을 당부하면 존경과 신뢰의 분위기는 정점을 찍을 수 있다.

한남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던 김조년 교수는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윤석렬이 문재인을 만나 한 주말을 부드러운 얼굴로 함께 보낸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수행함에 따른 여러 가지 일들을 세밀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파전을 앞에 놓고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한 잔씩 마시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향기 좋은 차를 마시거나 커피 한 잔을 마시든, 천천히 산길을 걸으면서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과 풀과 나무들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든, (중략) 함께 시간을 가진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후임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언급한 글은 그 자체만으로도 훈훈하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정치지형은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고, 나라의 분위기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 될 것이다. 전임자를 무슨 원수 대하듯이 하는 소모적인 정치공세는 중앙이건 지방이건 간에 당장 끝내야 할 폐습이다. 전임자를 극진하게 모셔서 교회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후배목사가 있다. 전임자에 대한 후배목사의 예우는 그 교회의 질적 변화와 성숙을 이끌고 있다. 전임자를 깔아뭉개려고 하는 못된 후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다. 전임자를 존중하고 예우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칭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