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하면 부러진다
뻣뻣하면 부러진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8.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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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산에 오르다보면 부러진 나무들을 자주 본다. 큼지막한 나무들도 있고 작은 나무들도 등산로를 가로질러 쓰러져 있는 경우를 본다.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도 강풍에 밀려 가지들을 떨구지만, 부러진 나무들의 대부분은 죽어 있던 나무들이다. 생명력이 있는 나무들은 유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바람이 불더라도 함께 흔들리기는 하겠지만 부러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에 죽어 있는 나무는 유연하지 뭇하고 뻣뻣하기 때문에 그리 크지 않은 바람에도 쉽게 부러진다.

우리 마음에도 살아 있는 마음과 병든 마음이 있다. 살아 있는 마음은 탄력적이고 수용적인 특성을 지니지만, 병든 마음은 거칠고 뻣뻣하다.

살아 있는 마음을 자존심이라고 한다면 병든 마음은 자만심이다. 자존심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인데 겸손이 함께 담긴 심적 상태를 말한다. 자만심은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인데 항상 건방지고 우쭐대는 행태로 표출된다. 자존심은 삶의 여정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기성숙의 조건이라면 자만심은 어느 경우에도 드러나서는 안 될 못된 성품이다. 자존심과 자만심은 출발점은 같은데, 종착점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드러낸다. 자존심이 생명력을 잃으면 자만심이 되고, 그 자만심은 자신을 살리기보다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이 자만심을 벗 삼아 사는 이들이 있다.

자만심은 생각과 행동이 뻣뻣하다는 특이점이 있다. 자만심에 빠진 사람은 머리를 숙이질 않는다. 허리도 시멘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굳어있다. 위아래도 없고 천지분간도 못하지만, 자기는 잘난 줄 안다. 자기의 생각이 모든 일의 정석이 되어야 하고, 자기가 선택한 것만이 최선이라고 강변하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람이 요즘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허리가 너무 뻣뻣하다. 무턱대고 자신들의 생각이 애국의 길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국민들을 나무라는 일마저도 망설이지 않는다. 뜯어보면 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못된 술수에 지나지 않는 일들이다.

나라의 일들이 여러 곳에서 삐거덕거린다.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늘어놓기도 어렵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인물들이 도통 국민들의 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소리만 중요하다고 여긴다. 대통령은 메시지로 정치를 하는 것인데 엉뚱한 소리만 남발하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보다는 자기들의 권세를 늘리는 일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국민들이 두려우면 겸손하고 부드러울 텐데 이들은 뻣뻣한 허리를 더 뻣뻣하게 치켜세운다. 진정 올곧게 강직하다면 혹시 모르겠거니와 무작정 뻣뻣하게 우쭐대다가는 느닷없는 바람에 속절없이 부러지는데, 앞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