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왜 산티아고야?
(시작) 왜 산티아고야?
  • 곽경인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
  • 승인 2019.03.20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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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티아고야?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왜 산티아고였어?"

그냥 쉬고 싶었다.
협회 근무 10년을 넘기면서 이제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고, 장기 근속휴가 10일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큰 동기가 되었다.

2018년 9월 1일 토요일에 진행될 서사협의 가장 큰 행사인 사회복지사등반대회를 마치면 그 다음 주에 무조건 출발하리라 다짐하던 7월 어느 날, ◯◯여행사 검색창에 ‘산티아고 순례길’ 일곱 자를 입력했는데 아싸 ‘35일 일정 171만원짜리’ 세미패키지 상품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리곤 이 여행이 시작됐다.

35일... 혼자 여행... 유럽... 800km 걷기,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난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그것도 한 달 이상 일정으로, 언어도 안 되는데... 배낭 메고 하루도 걸어본 적도 잠을 자본적도 없다. 사실 더 큰 과제는 두 사람을 설득하는 것, 아니 허락을 구하는(?) 일이었다. 회장님과 은숙씨. 회장님은 흔쾌히 다녀오라고 하신다. 한 달이 넘는다고 말씀드렸음에도 걱정 말라고 하셨다. 참 감사하다. 문제는 옆지기 은숙씨. 처음엔 뭔 소리냐는 반응이었는데 정말 실행할 것 같으니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결혼하고 이렇게 떨어져 본 적이 없기에 더 그런 거 같았다. 은숙씨의 허락과 지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당신도 꼭 보내줄게 ~

계약금을 입금하고 잔금을 치르고, 준비할 시간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출발하기 1주일 전 입고 갈 옷이 없음을 깨달았고, 아 침낭도... 우비도... 스틱도... 없구나 헐 ~

곽효정 부장님과 서성진 국장님께 SOS를 쳤다. 두 분께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고 어찌어찌 물품들을 구매했다. 그 와중에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KT 메뉴를 통해 천 원에 구입하여 3번 반복 시청한 건 정말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철의 십자가를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 뒷면에 '감사 두글자
철의 십자가를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 뒷면에 '감사 두글자

만 50살, 일만 할 줄 알던 중년(?)의 남자는 프랑스 어느 산골 생장이라는 마을에 남겨졌다. 그날부터 27일 걷는 동안 수차례 멘붕이 왔고, 하늘에 계신 그분의 은총과 도움으로 순례길 걷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3일에 한번, 일주일에 두 번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남겼다. 부럽다는 반응부터 잘 다녀오라는 격려, 그리고 나도 꼭 가고 싶다는 소망을 댓글로 남겨 주셨다. 매일 저녁 아이폰 메모장에 그날의 사건과 생각을 남기면서, 이 길을 걷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고, 특히 사회복지현장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사회복지사 동료들이 이 길을 꼭 한번 경험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적고 찍었나 보다.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길이었는지 산티아고 목적지에서 울지는 않았는지 누구나 할 수 있는지... 등등의 질문을 받곤 한다.

“카미노 630Km를 걸으며 나에게는 ‘감사’ 두 글자 ~”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18년 10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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