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놓치면 ‘거짓’이 판친다
‘기본’을 놓치면 ‘거짓’이 판친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9.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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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대전의 Y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사를 축하하는 예식이 있어 다녀왔다.

신학대학에서 같이 공부한 동기 목사가 그 예식의 당사자여서 기쁜 마음으로 갔다가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뭐가 잔뜩 적힌 이상한 복장의 여성 서너 명이 확성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교회 관계자들이 나서서 말리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분들은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 분들은 전임목사를 지지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경찰까지 나와서 자제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다행이 교회 안은 평온했다. 예식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성경에는 ‘고린도 교회’가 나온다. 당시 고린도는 항구였다. 물동량과 이동인구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고린도 교회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주요 인물들을 추종하는 무리들 간에 세력다툼도 끊이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교회의 존재이유인 예수에 대한 믿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엉뚱한 논리와 사람들이 꿰차고 있었던 것이다. 고린도교회의 분열된 양상을 보다 못한 당시 교회의 지도자였던 바울은 ‘나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했다’고 역설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망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기본을 놓치면 어김없이 편법이 득세했다. 따라서 기본을 지키자는 말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지만 어디가나 이 말이 곧잘 회자된다. 그만큼 기본을 대하는 태도가 부실하거나 기본을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다. 기본이 구닥다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본이 없으면 다른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물론 기본을 지키는 일이 다소 불편하기는 하다. 늘 되새겨야 하고, 잊지 않기 위한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기본보다는 샛길을 찾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거나 기본을 덮어버리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때깔 좋은 방법도 지속가능성을 갖지 못한다.

스포츠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본기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우선한다. 기본기를 충분하게 익히지 못하면 더 나은 기술을 만나더라도 올바르게 소화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기본이 충족되지 못한 처신이나 행동은 사실을 왜곡하는 빌미가 되고, 다툼과 분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잘못된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사이비방법론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교회건 사회건 간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사회복지 쪽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 판을 치게 된다. 거짓이 속삭이는 달콤한 이야기에 정신을 내어주기보다 다소 더디더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