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토킹 살인", "매일 얼마나 무서웠을까"…신당역 추모 발걸음
"또 스토킹 살인", "매일 얼마나 무서웠을까"…신당역 추모 발걸음
  • 노컷뉴스
  • 승인 2022.09.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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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 추모 공간…"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죽어야 하나"
피해자 직장 선배…"후배님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가해남성 오늘 영장실질심사…구속 여부 늦은 오후 결정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그를 스토킹 하던 남성 전모(31)씨에게 살해됐다. 전씨는 피해자를 스토킹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신당역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역사 내에서 시민들은 분주하게 발걸음을 떼며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나갔지만, 영원히 시간이 멈춰버린 이를 위한 공간도, 동시에 그곳에 있었다. 적막감이 감도는 그곳엔 20여 송이의 국화꽃이 한데 모여 피해자를 기리고 있었다.

진보당이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진보당이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16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는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여성이 안전한 세상,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등의 50여 개가 넘는 추모 메시지들이 벽 한 면을 가득 메웠다. 추모객들의 발길도 드문드문 이어졌다.

피해자와 같은 서울교통공사에 다니는 선배 이모(32)씨는 아침 근무를 마치자마자 추모 공간을 찾았다고 했다. 고개를 숙이고 잠시 묵념하던 이씨는 포스트잇에 "후배님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평안한 곳으로 푹 쉬시길"이라는 메시지를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았다.
 
이씨는 "피해자와 비슷한 근무 패턴으로 일하기 때문에,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근무가 끝나자마자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공사의 안일한 조치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씨는 "요새 고소하면 다 보복하러 오는데 도주 우려 없고 증거 인멸 없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면 어떡하냐"며 "재범 우려가 있으면 구속해야 하고, 그랬었다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공사를 향해서는 "취객들에게 폭행당하는 등 비상 상황이 정말 많은데 우리는 오로지 경광봉 하나 들고 일한다"며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지형(27)씨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추모 공간을 찾았다. 그는 "피해자가 나와 비슷한 나이대다 보니까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며 "이 안타까운 사건에 공감하고자 국화꽃을 손수 준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모(74)씨 또한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여자들, 특히 어린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할 수 있냐, 그게 인간이냐"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또 "스토킹을 당하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보안 장치를 한다든가 해야지 그냥 풀어주고 그러면 안 된다. 정부에서 철저히 단속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수년간 스토킹 피해를 당했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연정(65)씨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냐"며 허망함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피해자는 가해자가 언제 그런 일을 벌일지 걱정하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무서웠을 것 같다"며 "항상 마음을 졸였을 것 같은데 이렇게 되니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경찰 조사 결과, 전씨는 2019년 11월부터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350여 차례 만남을 강요하는 연락을 했다. 또 피해자의 첫 번째 고소가 있고 난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합의를 종용하며 피해자를 스토킹 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년간 가해자의 스토킹에 시달리다 결국 숨진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3번은 해당 지하철역을 다닌다는 정금연(72)씨는 피해자가 사망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온 뒤 "잠이 안 올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며 "내 딸 같은 생각이 들어서 눈물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복심리 아니냐, 얼마든지 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고소를 한번 했으면) 조금 강한 조치를 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사당역 10번 출구 앞에도 별도의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10여 개의 국화 꽃다발, 그리고 스토킹범에 의한 살해임을 알리는 피켓과 메시지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스토킹이 살인으로 번지게 놔둔 판사와 공사는 반성하고 각성하라!",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죽어야 하나요? 사법부와 서교공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십시오" 등 추모 공간 곳곳에는 울분 어린 메시지들이 붙었다. 피해자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버렸지만, 그 억울한 죽음을 위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신당역 현장을 찾아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선에서 수사 중인 스토킹 사건에 대해서는 정밀 점검을 실시해 유사사례를 방지하고, 위험성이 높거나 재발 우려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잠정조치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이날 오후 1시 40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했다.

하늘색 상의, 검정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왼쪽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난 그는 '재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나', '범행은 언제부터 계획했나'.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등의 질문에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다.

전씨의 구속 여부는 늦은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의 신상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영장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선 전씨는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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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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