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해도 충분히 아름답다
‘불완전’해도 충분히 아름답다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09.2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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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기억도 아스름한 시기에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을 다녀온 적이 있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모나리자’를 친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에 그 넓고 넓은 루브르박물관을 끝도 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마주친 모나리자는 작품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았고, 그 앞에 늘어선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다빈치의 온갖 미술적 기법이 총동원되었다는 그 작품을 시장 바닥에서 도너츠를 사먹듯이 이리저리 밀리면서 구경했다. 아쉬운 마음에 모나리자를 촬영한 사진 한 점을 구입해서 들고 왔지만, 지금은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세기의 걸작도 도떼기시장에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보았던 여러 작품들 중에서 지금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밀로의 비너스’다. 그날은 웬일인지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가이드도 이런 일이 드문 일이라면서 비너스 상에 얽힌 온갖 설명들을 장황하게 해주었다. 특히 이 조각상은 완벽한 조형미와 비너스의 두 팔이 없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고 했다. 두 팔을 복원해 보려고도 했지만 어떤 모습도 현재의 불완전해 보이는 자태보다 아름답지 못해서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비너스 상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미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의 눈에도 비너스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두 팔이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비너스 상을 거론하는 것은 며칠 전의 방송 때문이다. 비너스 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이 진행되는 내내 두 팔이 없는 비너스 상이 아른거렸다. 두 팔이 없어도 충분히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신비감마저 느꼈던 루브르박물관에서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완전한 황금비율로 조각되었다는 이야기나 ‘없어진 왼팔은 사과를, 오른팔은 흘러내리는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라는 페널들의 대화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파손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불완전한 조각상이었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온전히 아름다웠던 비너스 상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을 선호한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이나 상황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딘가는 허점이 있고, 어느 시점에선가는 불완전한 상태가 노정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초조해 하거나 몰아붙이게 되면 ‘위선’과 만나게 된다. 조금 더 나가면, 사람이건 상황이건 간에 붕괴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다.

불완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다. 불완전하기에 협력이 필요하고 불완전하기에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불완전하기에 겸손해야 하고,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불완전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불완전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각박한 세상을 구원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