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는 않더라도 수용하라
믿지는 않더라도 수용하라
  • 이경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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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준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처세와 관련한 책에는 대부분 ‘같이 일하려면 상대를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구절은 쉽게 지켜지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신뢰' 라는 단어가 말을 꺼내거나 일시적으로는 쉬워도 실천하거나 지속적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의 근본원리는 '신뢰'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들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거나 ‘뒷통수 맞았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건 신뢰가 깨졌을 때 하는 말입니다.

신뢰가 깨짐을 의미하는 단어가 바로 '배신' 입니다.

로마 신화에 '리더의 신뢰에 대한 배신' 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바로 삼두정치로 유명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 라고도 불리며 신약성경에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는 구절에도 등장한다)와 그의 충복이었던 '브루투스'의 배신 이야기 입니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1인자가 된 지 1년 만에 암살되었습니다.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을 두려워한 원로원 귀족들이 사주한 것이죠.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카이사르를 14명의 귀족이 에워싸게 됩니다. 카이사르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스물 세 군데를 칼에 찔리고 쓰러집니다.

눈을 감기 직전 카이사르는 암살을 주도한 데시무스 브루투스를 바라봅니다. 브루투스는 갈리아 전쟁 전부터 카이사르 밑에서 일해 왔던 인물로, 그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입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카이사르의 유언 같은 한 마디 “브루투스 너마저!”는 카이사르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느낀 배신감을 표현한 말입니다.  훗날 카이사르의 유언장이 공개되었을 때 브루투스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카이사르는 브루투스를 그의 후계자로 삼을 작정이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상호간의 신뢰를 이루는 것은 어렵습니다.
얼마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신뢰도가 높아야할  국회의원, 언론, 사법기관, 사정기관 등이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습니다.

다시 사회복지 현장으로 돌아옵니다.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습니다. 앞으로 사회복지 현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인 영향도 크겠지만 자칫 조직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내용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꽤 있어 해석이 분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조직원 사이에는 분명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신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직장내 괴롭힘 예방법'이 존재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현대 조직사회에서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는 '수용'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수용'을 알기쉽게 표현하자면 ‘믿지는 말되 상대방의 이야기를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해'의 고급단계 라 할 수 있지요. 사람은 누구나 본인의 시각과 생각 그리고 기준을 두고 상대방을 보게 되는데 이런 고정적이면서도 폐쇄적 태도를 버리고 ‘상대방의 생각과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 '수용'의 방법은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헤아리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인정하는거죠.
내가 상대방을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의 덕이 부족해 인정 안할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수용의 태도는 상대방의 개방성을 이끌어냅니다. 적어도 상대방이 무시당했다거나 이해받지 못했다는 생각은 안할테니 말이죠.

조직은 명령과 지시, 협의와 합의를 통해 과업의 효과적이고 효율적 이행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조직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이 존재감인데, 존재감은 '인정함'으로 얻어지는 것이고 메슬로우의 '욕구충족 5단계'중 4단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상호간 '수용'은 조직을 탄탄하게 만듭니다.

'인정'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주관이 없어보이지도 않습니다. 수용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각자가 직접 적용해야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신뢰보다는 쉽고 적용도 용이합니다. 믿을 수 없다면 받아들이기라도 하셔요.


그것이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