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의 변명에서 고집센 편견을 보았다
한예종의 변명에서 고집센 편견을 보았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10.07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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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22년 10월 6일차) 언론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절반에 가까운 학과들이 장애학생을 뽑기 위한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신체능력이 필수적”이라거나 “동료들과 자유로운 소통이 요구된다”는 것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예종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2학년도 기준 27개 학과 가운데 11개 학과(41%)에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특별전형을 두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진 불평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경쟁 위주의 입시를 보완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이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평등교육을 구현해야 하는, 교육의 본질적인 책무성에 관련한 문제이다. 그래서 ‘문명사회’에서의 ‘공정한 경쟁’이란 무한경쟁, 닥치고 경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한예종 무용원, 전통예술원 등의 답변은 눈을 의심케 한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무용원은 ‘전공 특성상 고도의 신체능력과 음악·주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안무를 짜는 등 긴밀한 협업능력이 필수적이라서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에게 일반 학생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거나 소수 장애 학생만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전통예술원은 ‘전통악기를 배우고 다각도로 실험하며 창작곡을 써나가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몰두하며 끊임없는 인내를 감수해야 하고, 이성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 신체적·지적 장애 학생은 실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것이 예술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자신들의 연습실에 들일 수 없는 이유라고 항변하는 그 말들을 들으니 기가 막힌다. 그렇다면 그 말꼬리를 붙잡고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예종에서는, ‘고도의 신체능력과 긴밀한 협업능력이 요구되는 것만을 무용이라 하는지, 장애를 가진 학생은 ’정신적 몰두와 인내를 감수할 수도 없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만들어 갈 이성이 없다‘는 것인지. 김예지 의원의 지적대로 ’획일적이고 편견에 가득한 잣대로 아예 장애학생의 교육기관 진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예종은 모르고 있는가.      

실제로 예술을 하려는 장애 학생 가운데에는 놀라운 몰두와 집중력, 뜨겁고 순수한 열정에 가득찬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맞춤한 예술 교육지원이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그들에게 맞는 창작 교육이 이뤄질 때 어떤 의미있는 성취가 나올지 모르며, 그들과 협업하는 동료들에게 어떤 감응이 있어 서로의 창작 영역을 얼마나 넓혀갈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예종의 입으로 자신들의 예술작업에 대해, ‘그것을 할 수 있는 신체와 정신 조건이 있어야만 우리 연습실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매우 빈약한 예술관, 편협한 교육철학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혹시 예술작업이 아니라 연습실의 높은 문턱 자체가 자부심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한예종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하겠다. 그들만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고급학원일 뿐이라고.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굳이 한예종에 들여보내고 싶어서 애걸복걸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장에서, 예술의 영역에서조차 상상력 없는 편견에 가득찬 배제의 변명을 들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할 따름이다.  

지난해 12월, 한예종은 코로나로 지친 국민을 예술로 위로하고 장애학생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면서 ‘포르테 콘서트’를 열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 선배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회의원, 그리고 김대진 총장이 협주를 하며 ‘예술이 가진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이미 잘난 우영우만 필요한 것인가.

한예종은 자신들만의 엘리트를 그토록 고집스레 찾고 있는 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다치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2022. 10. 6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특별위원회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