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이면(裏面)
‘선택과 집중’의 이면(裏面)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2.10.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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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호가 온 세상을 뒤덮은 시절이 있었다. 경영의 현장은 말할 것도 없고, 행정행위가 일어나는 공공기관에서도 귀가 따갑도록 자주 언급되었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선택과 집중을 필승전략으로 삼았다.

선택과 집중의 광풍은 종교의 영역까지 밀고 들어와서 일부 종교기관의 대형화를 이룩했지만, 안타깝게도 종교를 세속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고착화시켰다. 선택과 집중은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M.E.Porter) 교수가 주창한 경영전략이론이다. 그가 제시한 3가지 전략은 ‘원가우위, 차별화, 집중화’였다. 제한적인 자원이나 역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우세한 경영환경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의 성공사례로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에 의해 수석 부사장으로 발탁된 혁신적 실용주의자인 팀 쿡은 제품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하고 불필요한 물류창고의 정리, 납품업체 수의 파격적인 정비를 통해서 적자상태이던 애플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냉정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지금은 애플의 최고경영자가 되어 있는 그의 성과를 폄하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선택과 집중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자주 사용하기도 하다. 자신이 없는 과목은 포기하고 그래도 점수를 올릴만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담고 있는 용례(用例)다.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선택과 집중은 유용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지침이나 광역자치단체에서 만든 지침으로 복지시설을 기계적으로 통제하다보니, 지역정황에 맞는 사업보다는 지침에 명시된 일들을 하는데 힘을 쏟았다. 이용주민보다 지방자치단체 주무관의 눈치를 더 살피는 지경이었다.

이 즈음에 시대적 트렌드로 부상한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복지현장을 강력하게 견인했다. 현장의 발언수위가 높아졌고, 사업도 천편일률적인 형태에서 벗어났다. 머리를 맞대고 있는 동종(同種)의 복지시설들은 각기 다른 특화사업을 펼쳤고, 대규모 이벤트를 연대해서 실시하기도 했다. 그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익이나 성과의 극대화’가 유일무이한 목표이기 때문에 이익이 적거나 성과가 허름하면 퇴출의 대상이 된다. 계량화된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사람이건 사업이건 간에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익창출의 도구가 되어야 하고, 성과달성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인간존중은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존중의 대상이다. 사람마저도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자칫 눈먼 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존중’이 사라지면 다 짐승의 논리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