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시설 탈출 자유-독립 선언
발달장애인 시설 탈출 자유-독립 선언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2.11.08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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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은 오늘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이 “가능하다”와 “가능하지 않다”로 찬성과 반대가 나뉘어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어떤 의원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은 위험하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탈시설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이뤄지고 있으므로 지원체계를 만들면 탈시설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국정감사에 앞선 11월 1일, 탈시설한 발달장애인 16명은 ‘시설 탈출 자유-독립 선언’을 외치며 탈시설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인 모든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입장도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오고 가는 찬성과 반대 속에 발달장애인은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그저 탈시설을 반대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됐을 뿐입니다. 탈시설에 대한 발달장애인의 입장 같은 것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성명을 통해 다시 우리의 의견을 알립니다.

1. 발달장애인은 남들 앞에서 발가벗겨져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온 물리치료사는 자신이 시설 거주인에게 행했던 의료적 처치를 자세히 나열하며 시설 종사자로서 자신이 얼마나 ‘희생’하고 ‘헌신’했는지 말했습니다. 우리는 남들 앞에서 누군가의 사례로 존재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아무렇게나 발가벗겨져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은 의료적 처치가 절실하므로 탈시설은 위험하다’는 주장은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탈시설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시설이 손쉽게 사람들을 가두어 통제하며 오로지 의료적 ‘처치’만으로 사람의 삶을 구성하고 지원하고 있음을 고백했을 뿐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삶은 우리를 돌본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고통이나 힘듦과 같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얼마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인지 강조하기 위해 던져진 노골적인 말들 앞에서, 우리는 오늘 깊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2. 탈시설이 범죄입니까?

또 묻고 싶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주장된 것처럼, 탈시설은 범죄입니까? 우리 발달장애인들이 시설에 보내질 때 아무도 우리에게 시설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지도 않았고 “시설에 들어가서 살고 싶냐?”고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시설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진짜’ 범죄는 탈시설이 아니라 동의 없이 우리를 입소시킨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성인이 된 우리는 시설 안에서 또 시설 밖에서 자유를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반항’해보고, 시설이 핸드폰에 설치한 GPS를 피해 맨몸으로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탈출은 늘 가출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우리가 자유를 찾으려고 탈시설을 외치니 시설 밖으로 나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시설 안은 정말 우리 발달장애인에게 안전합니까? ‘도전적’ 행동이 있다는 이유로 수십 알의 약을 먹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직원에게 구타를 당하고, 식사 시간을 놓쳤다고 밥을 굶기고, 먹지 않는다며 입에 음식을 밀어 넣고, CCTV의 감시 아래서 24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그들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의 탈시설을 반대하지만, 시설 내의 일들은 그들이 오히려 의사소통이 어려운 거주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안전이 보장된 삶도 아니며, 결코 인간다운 삶도 아닙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시설을 외치는 이유

우리가 말하는 자유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탈시설은, 발달장애인이 살아야 하는 곳을 더 이상 시설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이 당연히 시설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탈시설을 주장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은 “발달장애인의 집”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짐작하지 못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탈시설을 외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우리에게 역시 두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부모와 전문가들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짐작하고 “얘는 어디서 살면 잘 살 것 같다.” 며 우리가 살 곳, 사는 방식을 정했고, 그때마다 가족, 친구들과 헤어질 때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 같은 것을 계속 겪어야 했습니다. 그 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기내서 탈시설을 외치는 이유는, 시설이 “내 집”, “가족”, “따듯한”, “안전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1월 1일, 탈시설한 16명의 발달장애인은 “국회 밖” 정문에 서서 탈시설을 요구하는 ‘발달장애인 자유-독립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국회 안”에서는 우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탈시설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발달장애인들의 위치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회 밖 모니터 앞에 앉아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다음에는 국회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탈시설을 결정하고 말하는 것은 시설에 살거나 살았던 발달장애인이어야 합니다.

2022년 11월 2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한국피플퍼스트

* 본 성명서/논평은 웰페어이슈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성명서/논평을 작성한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