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사람입니까?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사람입니까?
  • 이혜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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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를 부르시는 어르신들의 호칭

위 단어는 우리동네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들께서 저를 부르시는 호칭입니다.

저는 한 사람이지만 호칭은 다양합니다. 호칭을 보시면 어르신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느껴지시나요?

먼저 사장님. 제가 이곳 최고 대장이라 하니 어르신 기억 속에 익숙한 최고관리자 호칭, 사장님으로 불러주십니다. 직장 생활 오래 하셨거나, 생계를 위해 애쓰셨던 젊은 날의 기억이 강렬한 분들은 아무래도 원장님이나 센터장님은 낯설게 느껴지시나 봅니다.

한 어르신이 사장님이라 부르면 옆에 어르신께서 고개를 갸우뚱하십니다. 젊고, 여자이니 사장까지는 안된 것 같고, 그래서 과장님이라 불러주십니다. ! 사장님이라 불러주신 분께서 이제 승진할 때가 되었다며 회장님으로 호칭을 바꿔주셨습니다.

여사님과 사모님으로 불릴 때, 사실 저도 간지럽습니다. 남자 어르신들께서 그리 불러주시는데 저를 세워주시고자 하는 어르신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이쁜이라 부르시는 어르신은 센터에서 가장 중증의 치매를 앓고 있어 대화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시거나 반대로 어르신의 말씀을 저희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매일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어르신께 제 이름을 알려드리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년 정도 지났을 때 그 어르신께서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게 저를 이쁜이라 불러주셨습니다. 그날 직원 모두 울었습니다.

혜주양. 이 어르신은 저를 딸처럼 생각해 주십니다.

지금까지 호칭의 공통점은, 제가 센터의 대장임을 아시고 어르신 상황에서 최고의 예우로써 저를 부르신다는 점입니다. 또는 다정함이 배어있습니다.

그런데 ’ 라는 호칭은 어떠신가요? 이 분은 제가 우습게 느껴지십니다. 처음에는 아줌마로 부르셨습니다. 어느 날 제가 화장실에서 한 어르신 대변 마무리를 도와드리는 모습을 보고 그 날부터 저를 야라고 부르셨습니다. 저의 모든 직원들에게도요. 이 분이 저를 야라고 부르면 다른 어르신들이 매우 당황해하십니다. 센터가 웅성웅성, 급기야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감히 우리 사장님, 회장님, 사모님, 여사님, 혜주양에게 함부로 부르다니요.

이미 어르신께 저는 남의 뒤를 닦아주는 사람으로 인식되었기에 호칭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 그러고 보니 저를 망할 년이라고 부르신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집 나간 며느리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팀원이 어느 날 회의 시간에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습니다. 자활센터에 출근하셔야 생계비 보장이 되던 클라이언트가 결근이 늘어나고, 급기야 우리 팀원과 연락도 잘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전긍긍하던 팀원은 면사무소에서 클라이언트가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모른 척, 휙 돌아서시길래 나를 못 봤나 싶어 얼른 달려가 그분의 어깨를 살짝 치니 바로 돌아서서 선생님, 죄송해요라고 말했답니다.

오랜만에 만나면 보통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등 일상의 인사가 있기 마련인데 왜 그분은 자신에게 죄송하다고 인사했을까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자활센터에 결근하지 않도록 늘 채근하고, 모니터링하는 감시자로 자신을 인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속상해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께 질문드립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클라이언트는 여러분을 어떤 호칭으로 불러주시나요?

대부분 선생님이라고 부르실 겁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를 선생님이라 생각해서 불러주시는 건가요? 혹시 야라고 부르고 싶은데 차마 그리 부르지 못하는 건 아닌가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혹시 서비스 제공을 더 이상 받지 못할까 할 수 없이 부르고 있진 않나요?

내가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면 그가 나를 어떻게 부르는지 잘 들어보세요. 나를 바라보는 그분의 눈빛도 살펴보세요.

저는 어르신들이 저를 이쁜이로 계속 불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저의 말투, 표현 방법, 눈빛, 손길,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할지 분명해집니다.

여러분은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